자사주 매입, 개인투자자 중장기 희망 불씨 살려…최소 '7만 전자' 벽 넘어야
증권가, 자사주 매입에 대다수 호평…엔비디아 납품 기대감↑
삼성전자가 역대 세 번째 10조 원어치의 자사주 카드를 꺼내 들면서 시장엔 반등 기대감이 솔솔 불고 있다. 특히 이번 조치는 올해 삼성전자를 11조 원 넘게 산 개인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평균 매수가가 약 7만4000원으로 나타나 최소 현 가격 대비 30%는 올라야 수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증권가에선 대부분 자사주 매입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또 컨퍼런스 콜에서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다는 발언까지 나오면서 엔비디아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 기대감도 함께 나오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5.98% 오른 5만6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5일 향후 1년간 10조 원의 자사주 분할 매입 계획을 의결했다고 공시하면서 장 시작과 함께 6.54% 오른 5만7000원으로 뛰어올랐다.
이번 계획은 오늘(18일)부터 내년 2월 17일까지 자사주를 10조 원어치 매입하게 되며, 이 중 3조 원의 자사주(보통주 5014만4628주, 우선주 691만2036주)는 소각한다는 것이 골자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과 소각 계획을 발표한 것은 2015년(11조3000억 원)과 2017년(9조3000억 원) 이후 세 번째다.
이번 조치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직접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개인들은 연초부터 이날까지 삼성전자를 11조4154억 원어치 사들였다. 개인투자자들은 14일 삼성전자가 종가 4만 원대를 찍으면서 그로기 상태로 내몰린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중장기 투자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살릴 수 있게 됐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주식 1주의 가치를 높이고, 경영진의 주가 방어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가 상승을 불러오는 재료다.
특히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 결정으로 재미를 본 적이 있다. 계획이 처음 나온 2015년 10월 말 대비 매입·소각 완료된 2018년 11월 말 삼성전자 주가는 52.5% 올랐다.
다만, 단기 주가 상승으로는 개인투자자의 평균 매수 가격 위로 올라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키움증권의 삼성전자 개인투자자 평균 매수가격에 따르면, 이날 기준 7만3950원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9월 2일 종가(7만4400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물론 각자 투자비율과 시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실상 삼성전자가 ‘7만전자’의 벽을 넘어야 수익권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선 바닥론과 단기 반등론 등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자사주 매입엔 대다수 호평을 보내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8일 이후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닷새 연속 밑돈 뒤 단행된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결정은 2015년과 2017년 이후 세 번째로 2010년 이후 삼성전자 주가순자산비율(PBR) 추이를 고려하면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후) 주가는 단기 상승세를 나타내며 반등 계기로 분명히 작용했다”면서 “이번 10조 원 자사주 매입 결정은 주주가치를 높이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의 일환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단기 주가 반등 재료로는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도 “주주환원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시장에서도 기대하고 있었지만 10조 원은 예상 밖의 큰 규모”라며 “외국인 매도세가 좀 진정된 상황에서 나와 수급상으로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엔비디아 납품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HBM3E 8단과 12단 모두 양산 판매 중”이라며 “주요 고객사(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에서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고 4분기 중 판매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 할인요인으로 작용했던 HBM 시장 진입 지연 우려가 일부 해소되면서 메모리 부문 수익성 개선 기대감이 주목받고 있다”라며 “HBM3E 실적 기여도와 이익 규모, 시장 침투 속도에 따라 주가의 회복 강도가 결정될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