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2분기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681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2분기보다 12조8000억 원(8.1%)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대출 증가세는 부동산 투자 수요 증가와 완화된 대출 규제, 저금리 기조 등과 맞물려 전례 없이 급상승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기타대출 증가도 함께 늘어난 점이다. 2분기 은행권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전 분기보다 6조8000억 원 증가했고, 비은행권 역시 3조 원 규모로 증가해 총 10조 원 이상 늘었다. 기타대출은 마이너스통장대출과 상업용 부동산담보대출, 주식담보대출 등을 모두 포함한다. 보험사 대출 역시 많이 증가했다. 지난달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보험사 대출채권 잔액은 215조300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4조4000억 원(2.1%) 증가했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은 보험계약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증가로 1조2000억 원 늘어난 118조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신용대출 역시 주택거래 자금으로 대부분 쓰인 것으로 보고 있어 주댁담보대출 규제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대출 시장 전체를 감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전세·임대사업자대출 먼저 점검한다. 전세대출을 받아 이를 ‘갭투자’에 사용하는 방법이나 개인사업자대출을 부동산 투자에 사용하는 사례 등을 단속할 예정이다.
또 전세대출을 받은 경우 해당 자금 목적별·지역별 취급 내용을 분석해 전세자금이 우회대출에 활용됐는지도 살핀다. 임대사업자대출은 주택담보대출 규제 회피 목적인지를 살핀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주택시장의 비이성적 과열이 단기간에 진정될 수 있도록 조속한 시일 내 후속 조치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 역시 이달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사를 대상으로 우회대출 실태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시중 캐피털사 사장단 간담회에서 가계대출 급증을 우려하면서 대출 총량 규제에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윤 원장은 “여전사의 가계대출은 카드사를 포함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 폭이 확대되고 있다”며 “가계대출의 빠른 증가세는 우리 경제와 여전사의 건전성에도 위협요인이 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 이어 다음 달 DSR 규제가 전(全)금융권에서 시범 도입될 경우 일단 대출 총량은 일시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출 수요가 여전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대출이 수월한 제2금융권의 대출 증가세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여 ‘풍선효과’ 해결을 위한 장기적 대책 마련이 필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