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본 소설 사임당/ 이순원/ 노란잠수함/ 1만6000원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현모양처로 정답이 정해져 있어야 하는 사임당의 삶에 대해 역사적으로, 또 문헌적으로 가장 정확하고 바른 모습을 그려 내고 싶었다.”
저자 이순원은 사임당에 대해 현모양처, 교육의 어머니, 군국의 어머니 등 시대의 요구에 따라 500년이 넘게 왜곡됐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예술계의 블랙리스트 때문에 참 여러 말들이 나오지요. 한심하기도 하고요. 그런 가운데 엊그제 또 한 권의 책을 냈습니다. 후배가 어떻게 끊임없이 쓰느냐는 말에 내가 전업작가인 점을 얘기했어요. 그러자 후배는 자신도 지금 다니는 일자리 걷어치우고 전업작가로 나서 볼까 한다는 말을 했어요. 그 말을 듣고 전업작가가 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내 책상 위 연필꽂이엔 30cm 대나무 자가 꽂혀 있다. 10여 년 전 서울 인사동에 갔다가 추억의 물건을 파는 가게에 들러 사온 것이다. 그 가게에서 철수와 영희가 나오는 1960년대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도 보고, 그 시절의 공책과 학용품도 보았다.
그중 오래도록 내 시선을 붙잡은 것이 대나무로 만든 30cm 눈금자였다. 요즘은 모두 플라스틱 자를 쓰거나 아주 드물게...
어린 시절 나는 대관령 아래 아주 깊은 산촌에서 자라 중학생이 될 때까지 교회를 보지 못했다. 크리스마스 같은 건 더더욱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날은 그냥 달력에 빨갛게 표시된 하루였다. 크리스마스 때 마을 사람들이 교회를 가고, 선물을 주고받는다는 것도 책에서만 보고 자랐다.
중·고등학교 때에도 특별했던 것은 없었다. 크리스마스가 오면 방학을 했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영하의 기온이지만 입고 있는 옷들이 따뜻해서 그런지, 예전 어린 시절만큼 춥지는 않다. 요즘 아이들은 잘 이해할 수 없겠지만, 어린 시절 대관령 아래에서 살 때는 형제들 모두 아침마다 마당에 나가서 세수를 했다.
집안에 세숫대야가 하나이다 보니 형제들 모두 내복 차림으로 차례로 줄을 서서 세수를 했다. 형이 세수를 마칠 때까지 옆에서 기다리는...
신춘문예 철입니다. 한국 문단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소설가와 시인을 찾는다는 신춘문예 공고가 신문마다 이미 났습니다. 이르면 12월 초에, 늦으면 12월 중순에 마감합니다. 여기에 당선되는 것은 그야말로 바늘구멍입니다. 아무리 응모자가 많아도 신문마다 소설가 한 명, 시인 한 명만을 탄생시킵니다.
시부문은 시인과 평론가가 대개 심사를 하고, 소설은 소설가와...
동리목월기념사업회는 최근 ‘2016 동리목월문학상’에 소설가 이순원 씨, 시인 문인수 씨를 선정했다.
동리목월문학상은 경주 출신 소설가 김동리(1913∼1995)와 시인 박목월(1916∼1978)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시상식은 12월 2일 오후 6시 경주 보문단지 ‘The-K’ 경주호텔에서 열린다. 상금은 각각 7000만 원.
이순원 씨는 1985년 강원일보...
어린 시절 내게 책 읽기와 함께 ‘천고마비’라는 말을 가르쳐준 사람은 아버지였다. 가을을 그냥 가을이라고 하지 않고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라고 돌려서 표현하는 것이 어린 나이에도 참 멋진 비유로 느껴졌다. 확실히 우리집 외양간의 소를 보아도 그렇고, 또 마을 안쪽 산판장에서 나무를 실어 나르는 노새를 보아도 가을이면 모든 짐승들의 등판에...
날씨가 점점 쌀쌀해진다. 문득 지난 시절의 연탄 생각이 난다. 매년 이때쯤 연탄을 때고, 겨울을 대비해 부엌 한쪽에 연탄을 가득 들여놓았다. 그러나 내가 태어나고 자란 대관령 마을에는 그런 게 있을 리 없었다. 어린 시절 아궁이에 장작을 땠다.
강릉 시내에 사는 작은댁 숙모는 제삿날 집에 오면 그 많은 식구와 또 그 많은 아이들의 바글거림을 바라보며 연탄가스에...
최근에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산을 몇 번 다녀오면서 산에서 자라는 나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다. 산에 사는 어떤 새가 그 숲과 나무를 지킨다고 하면 우리는 그래, 그럴 수 있지, 하고 그 의미를 상징적으로 받아들인다. 숲 속에 사는 것만으로도 새는 숲을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새가 단순히 지키는 것을 넘어 숲을 가꾼다고 하면 그 의미는 또 조금...
강릉 바우길 구간 가운데 ‘어명을 받은 소나무길’이라는 조금 긴 이름의 길이 있다. 대관령 전체가 금강소나무와 참나무숲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중에서도 소나무가 가장 많이 있는 길이다. 10년 전 경복궁을 복원할 때 여기 소나무를 베어 기둥으로 썼다. 대궐의 기둥으로 쓸 수 있는 소나무는 지름이 90㎝쯤 되어야 한다. 그래야 제 몸 위에 얹어지는 무거운 하중을...
이 세상에서 가장 빨리 자라는 아이는 비 온 다음 날 오이처럼 자라는 아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빨리 자라는 아이 둘이 있다. 하나는 남의 아이이고, 또 하나는 책 속의 아이다. 그래서 책 속에 남의 아이 크듯 한다는 옛말도 있다. 그렇게 자란 큰아이가 군에 간 다음 우리 집 4인용 식탁 한 자리가 오래도록 비었다.
내 아이가 고등학생이라고 해서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올여름 더위가 장난이 아니다. 내일이면 8월 하순으로 접어드는데도 여전히 덥다. 나라고 남보다 덜 덥고 체질적으로 더위를 더 잘 참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집에서 글을 쓸 때 가능하면 내 방엔 에어컨을 켜지 않는다. 모두들 폭탄이라고 말하는 가정용 전기료의 무서움 때문이 아니다.
올해 여름은 정말 덥다. 우리나라가 사계절이 있다 해도 겨울 빼곤 완전 아열대...
김영란법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얘기한다. 언제나 과한 선물이 문제다. 말은 선물이라지만 선물의 범위를 넘어선 것들도 많다. 김영란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보면 농민 핑계를 대고 음식점 핑계를 대지만 마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알량한 기득권을 놓기 싫어서 반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값비싼 선물을 받고 값비싼 선물을 주어야만 고마움이 표시되는 건 아니다....
내가 태어난 우추리라는 마을은 강릉 시내에서 참 멀다. 아니, 실제 거리는 그다지 멀지 않다. 그냥 심정적으로 먼 시골 동네처럼 느껴진다. 예전에 강릉 시내의 여러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우추리 아이들 별명이 모두 ‘우추리’일 만큼 강릉에서도 독특하게 대접을 받는 동네다. 한마디로 촌 동네의 대명사였다.
그런 우추리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얘기다. 어느 동네나...
내가 아는 어느 자유인이 있다. 하는 일도 자유롭고 영혼도 자유롭다. 예순다섯이 넘어도 겨울이면 스키를 타고 다니고 여름이면 윈드서핑과 요트를 타러 다닌다. 돈 없으면 못할 취미활동 같은데 돈 없이도 그걸 즐긴다. 아래는 그분이 몇 년 전 자신이 속한 윈드서핑 동호회 사람들끼리 갈라져서 반목할 때 동호회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이제 충분히들 하셨습니까?...
바야흐로 여름이다. 곧 휴가철이 다가온다. 올여름엔 어디로 휴가를 떠날까 미리 계획을 짜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해외여행도 좋고 국내여행도 좋다. 그중에 우리나라 국토를 내 발로 걸어서 답사하는 것은 어떨까?
6년 전 잠시 소설 쓰기를 멈추고 몇 년간 대관령에서 동쪽 강릉 바닷가까지 트레킹 코스를 탐사한 적이 있다. 그 길이 바로 우리나라에서는 제주올레...
어느 집이나 그 집을 대표하는 오래된 물건이 있다. 보통 어머니가 쓰던 물건은 딸이 물려받고, 아버지가 쓰던 물건은 아들이 물려받는다고 한다. 그것은 안팎 간에 쓰던 물건과 애지중지하던 물건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내가 아버지로부터 상징적으로 물려받은 물건은 1966년에 발행된 ‘한국대표문학전집’이다. 한 권이 지금 책 세 권 두께만 한 그 열두 권짜리...
다들 여름을 녹음의 계절이라고 한다. 지나간 봄이 꽃의 계절이라면 여름은 확실히 잎의 계절이고 잎의 풍경이다. 산도 들도 나무들이 잎이 없다면 저렇게 푸르지도 아름답지도 않을 것이다. 비가 한 번 내릴 때마다 잎은 더욱 쑥쑥 자라난다. 우리 아이들의 표현대로라면 봄에 꽃은 펑펑 터지고, 여름에 잎은 쭉쭉 늘어난다.
어릴 때 내 기억으로 봄과 여름 사이엔 단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