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기업가정신은 정치인에게도 필요하다

입력 2013-11-0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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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권 한국재정학회장ㆍ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지난주는 기업가 정신 주간이었다. 기업가 정신은 시장경제가 작동하는 핵심 에너지다. 그래서 시장경제가 발달한 국가들의 기업가 정신은 높을 수밖에 없다. 한국의 기업가 정신 수준을 국제간 비교한 결과, 중간 이하의 수준이다. 기업가 정신 주간을 만든 것도 어쩌면 한국의 기업가 정신 수준이 낮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우리의 기업가 정신 수준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용어부터 잘못 번역되었다. 영어의 ‘entrepreneurship’을 기업가 정신으로 번역하였다. 그러나 원어에서 의미하는 바는 기업가에 국한하지 않고 있다. 좀 더 넓은 의미로 미지의 ‘이윤 기회에 대한 기민성’이다. 그러나 마치 기업가에 국한된 정신으로 작명하다 보니, 그 본질이 왜곡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기업가’는 나쁜 의미를 주는 용어가 되었다. 나쁜 주체의 정신이 되니까, 기업가 정신은 더 이상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정신이 되지 못하고 있다. 용어와 함께 본질적 의미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전개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자들은 현실을 모른다고 비판을 받는다. 기업가 정신 측면에서 맞는 말이다. 주류 경제학을 공부한 학자들에게는 기업가 정신이란 개념 자체가 없다. 주류 경제학에는 이 중요한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은 단지 주어졌으며, 누가 경영하든지 자본과 노동만 투입하면 저절로 생산되는 블랙박스로 처리해 버린다. 그래서 기업가 정신의 소중한 의미를 경제학에선 완전히 무시해 버린다. 대학에서 경제학원론은 경제학과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과목이 아니고, 일반교양 과목으로 가르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원론을 배우는 학생들은 기업가 정신에 대해서 전혀 배우지 않고 졸업한다. 이제라도 기업가 정신 개념을 경제학원론 체계에 넣어서,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을 가르쳐야 한다.

기업가 정신은 항상 창조적인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 현 정부의 경제철학은 창조경제로 표현 가능하며, 이를 위해 많은 정부 지원책을 내세운다. 그러나 정부 지원이 많을수록 기업은 창조적인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는 것보다, 정부예산을 얻어내는 데 더 혈안이 된다. 즉 파괴적인 기업가 정신이 작동하게 되며, 그 원인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기인한다. 정부 지원이 많을수록, 기업은 이윤창출 행위를 하지 않고, 정부의 공짜돈 얻는 데 더 심혈을 기울인다. 결국 사회적으로 낭비인 셈이다.

기업가 정신은 정치인에게도 적용된다. 정치인의 가장 큰 역할은 제도를 입법하는 것이다. 제도는 창조적 제도가 있는 반면, 부자에게 빼앗아 서민에게 이전하는 착취적 제도도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정치인은 착취적 제도를 더 좋아한다. 정치적 지지를 얻기에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정치인들은 사회를 분열시키는 게 훨씬 정치 지지를 얻는 데 더 효과적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제안하는 법안은 대체로 착취적 제도들이다. 이들은 기업가 정신이 없는 정치인이다. 창조적 기업가 정신을 가진 정치인은 비록 일부 진영의 비난을 받더라고, 새로운 먹거리가 창출되는 제도를 제안한다. 그래야 우리 미래경제에 희망이 있다.

기업가 정신은 기업가뿐 아니라 정치인들에게 오히려 더 필요할지 모른다. 요사이 경제민주화란 용어로 포장된 많은 입법안들은 모두 착취적 제도들이며, 기업가 정신이 없는 정치인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한국이 장기적으로 경제발전을 지속하기 위해선, 기업가와 정치인들의 기업가 정신 수준이 높아야 하며, 사회는 그런 기업가와 정치인들을 존경하는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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