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수험생’ 83세 임태수 할머니 “최고 말고, 최선을 다해야” [인터뷰]

입력 2024-11-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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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성여자중고등학교 수능 최고령 응시자 임태수(83) 할머니가 12일 서울 시내 자택에서 백석예술대 합격통지서와 숙명여대 합격 확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일성여자중고등학교 수능 최고령 응시자 임태수(83) 할머니가 12일 서울 시내 자택에서 백석예술대 합격통지서와 숙명여대 합격 확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한 가지 목표를 바라보면서 걸어나갈 때 절대로 흔들리지 마세요.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83세 늦깎이 수험생.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최고령 응시생인 임태수 할머니가 꿈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느끼는 젊은이들에게 건네는 말이다.

14일 전국에서 치러지는 2025학년도 수능에는 총 52만2670명이 지원했다. 이 중 재학생이 34만777명(65.2%), 졸업생이 16만1784명(31.0%), 검정고시 등 출신이 2만109명(3.8%)이다. 전년보다 재학생은 4.3%, 졸업생은 1.3%, 검정고시 등은 10.5% 각각 증가했다.

이중엔 조금은 특별한 사연을 가진 수험생도 있다. 집안 사정으로 학업을 중단해야 했던 임 할머니는 ‘늦깎이 수험생’으로 이번 수능에 나선다.

임 할머니를 시험장으로 이끈 건 배움에 대한 갈증이다. 아버지의 병환으로 가정 형편이 급격히 어려워지면서 임 할머니는 중학교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결혼 전까지 아버지의 병간호와 가사를 도맡으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결혼 후에도 자녀, 손주 양육으로 도통 여유가 없었다.

손자들까지 모두 대학에 간 후에야 공부 욕심이 찾아들었다. 만학도들이 중·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하는 2년제 학력인정 평생학교 일성여자중고등학교에 다니면서 학업에 열중했다.

임 할머니는 “10대 때 못했던 공부를 다시 해보고 싶어서 학교에 다니게 됐다. 얼마나 공부하고 싶었으면 80세에 고등학교에 오겠나”라며 “내 성격이 먼저 저지르는 것이다. 처음엔 가족들에게 말도 안 하고 학교를 등록하고 다녔다. 딸이 ‘엄마는 말도 없이 혼자 가서 학교 등록을 하냐’고 해서 ‘내가 가고 싶어서 간 것’이라고 했다. 이후엔 가족 모두, 사위도 ‘그 나이에 학교를 가신 게 대단하다’더라”고 전했다.

공부 방법은 타 수험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는 “학교 다녀오면 배운 걸 복습하고 시험 기간엔 시험 범위 내에서 공부했다”며 “집에 있으면 공부가 안되니 집 근처 독서실에 가서 짧으면 3시간, 많으면 4시간씩 공부했다. 다만 단어들을 외워도 돌아서면 까먹더라. 예전에는 조금만 공부해도 머리에 들어가고 모두 기억이 났는데, 지금은 오늘 다 외웠다고 해도 이튿날엔 까마득하다. 그래도 계속 외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성여자중고등학교 수능 최고령 응시자 임태수(83) 할머니가 12일 서울 시내 자택에서 수능 시험 공부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일성여자중고등학교 수능 최고령 응시자 임태수(83) 할머니가 12일 서울 시내 자택에서 수능 시험 공부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사실 임 할머니는 이미 대학에 합격했다. 수시 전형으로 백석예대, 숙명여대에 합격했고 백석예대 실버케어비즈니스학과에 진학할 예정이다.

그런데도 수능을 보는 이유는 간단했다. 경험하지 못한 지난날을 위해서다. 임 할머니는 “대학에 합격하든, 안 하든 수능은 보고 싶었다. 젊었을 때 경험을 못 해봤으니 지금이라도 해봐야겠다 싶은 것”이라며 “다만 공부를 잘하지 못해서 창피당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라고 웃었다.

임 할머니는 수능을 본 후에도 공부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내 목표와 꿈은 건강”이라며 “건강이 따라오는 한 대학을 졸업하고도 계속 공부를 하고 싶다. 나이가 있으니 그때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공부하겠다. 특정한 분야가 아닌 책과 공부를 놓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소 손녀들에게 ‘최고가 되려 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고 말한다”면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목표에 다다르더라. 이곳저곳에 눈을 돌리는 게 아니라 한 가지 목표를 두고 한길로만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60~70대는 ‘한창”이라며 “나는 80세에도 공부했는데, 늦은 건 없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빠르다 ’라는 말도 있지 않나. 늦은 건 없으니 지금 시작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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