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에 안타까운 사망까지...올해도 연예계 뒤흔든 '11월 괴담' [이슈크래커]

입력 2024-11-1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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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재림. (뉴시스)
▲배우 송재림. (뉴시스)

'11월 괴담'을 아시나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11월 괴담은 매년 11월마다 돌아오는 일종의 징크스입니다. 숱한 사건·사고로 대중을 혼란스럽게 하는 연예계지만, 유독 11월에는 충격적인 소식이 많이 들려온다고 해서 생겨난 괴담인데요. 연예계 공식 커플의 결별, 아이돌 그룹 해체와 멤버 탈퇴, 잉꼬부부의 이혼 소송, 톱스타의 사생활 논란이나 범죄 연루, 안타까운 사망까지 각종 연예 뉴스가 전해지면서 '11월에 무슨 마라도 꼈냐'는 의문을 자아내곤 하죠.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낭설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수많은 프로 스포츠 선수들이 각자의 징크스와 루틴에 충실한 것처럼 가볍게 넘기기엔 찜찜함이 남는 것도 맞는데요. 괴담이 어떻게 연예계에 자리 잡게 됐는지, 또 수십 년간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는지 살펴봤습니다.

▲코미디언 김병만. (출처=채널A '절친 토큐멘터리-4인용식탁' 방송화면)
▲코미디언 김병만. (출처=채널A '절친 토큐멘터리-4인용식탁' 방송화면)

안타까운 사망에 대중 애도 물결…지난해엔 파경 소식 줄이어

최근 전해진 안타까운 소식은 배우 송재림의 부고입니다. 12일 39세를 일기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연예계는 침통함에 빠졌습니다. 빈소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성모장례식장에 차려졌는데요. 발인은 14일 진행됐고, 서울시립승화원에서 고인은 영면에 들었습니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엔 먹먹한 추모 글이 잇따르고 있죠.

같은 날 코미디언 김병만이 전처 폭행 혐의로 피소돼 검찰에 송치됐다는 사실도 전해졌습니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7월 김병만을 폭행, 상해 혐의로 검찰 송치했는데 사건을 넘겨받은 의정부지검은 현재까지 수사를 진행하고 있죠.

앞서 김병만의 전처 A 씨는 올해 초 "과거 수년간 가정사 문제 등으로 다투다 상습 폭행을 당했다"는 취지로 그를 경찰에 고소했는데요. 경찰은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A 씨가 제출한 진료 기록서 등을 근거로 검찰에 사건을 넘겼습니다.

이후 A 씨가 한 연예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해당 사실을 알렸고, 김병만 측은 "폭행 의혹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A 씨가 이미 수십 개의 생명보험을 들어 놓은 사실을 이혼 소송 중에 알게 돼 김병만이 충격받았다" 등 입장을 내놔 진실공방이 이어질 것을 예고했습니다.

그룹 티아라의 '왕따 논란'도 12년 만에 재등장해 연예계를 달구고 있습니다. 티아라를 론칭한 김광수 MBK엔터테인먼트 대표가 9일 MBN 예능 프로그램 '가보자GO 시즌3'에 출연해 과거 논란을 소환한 게 발단이었는데요. 김 대표는 티아라 기존 멤버들과 새롭게 합류했던 류화영의 불화를 인정하며 "류화영·류효영 자매의 계약서를 찢고 조건 없이 풀어줄 테니 너희 일을 하라 했다", "(티아라 멤버들은) 잘못이 없으니까 방송을 강행한 것"이라고 밝혔죠.

방송 이후 류화영은 "12년 전 사건을 편향되고 왜곡된 발언하신 저의를 모르겠다"며 "왕따 당했던 내용은 사실"이라고 티아라 멤버들에게 폭언, 폭행을 당했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티아라 왕따 논란의 진위가 다시 주목받으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궜습니다.

지난해 11월엔 특히 파경 소식이 연달아 전해졌습니다.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박지윤과 최동석, 스윗소로우 전 멤버 성진환과 오지은, 코미디언 김병만, 오마주 출신 서사랑과 배우 이정환, 배우 정주연, 가수 겸 프로듀서 라이머와 방송인 겸 통역사 안현모 등 스타 부부들이 각자의 길을 걷게 됐음을 알렸죠. 연예계 공식 장수 커플이던 배우 류준열·혜리도 결별 소식을 전했습니다.

룰라 출신 방송인 이상민, 그룹 신화 멤버 전진은 각각 모친상, 부친상을 당했습니다. 싱어송라이터 나히, 남성 듀오 원투 오창훈은 세상을 떠나면서 안타까움을 더했죠.

그룹 라이즈 전 멤버 승한은 지난달 팀을 탈퇴하기 전인 지난해 11월 사생활 논란으로 무기한 활동 중단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슈퍼주니어 멤버 규현은 뮤지컬 분장실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을 저지하려다가 부상을 입어 우려를 샀죠.

▲배우 이승기. (연합뉴스)
▲배우 이승기. (연합뉴스)

11월 괴담, 어쩌다 시작됐나…故 차중락→김현식 안타까운 사망 '거듭'

11월 괴담이 대중 사이 거론되기 시작한 건 2000년입니다. 그해 11월 배우 김승우와 이미연의 이혼, 듀오 클론 강원래의 교통사고와 하반신 마비, 코미디언 양종철의 교통사고 사망 등 안타까운 소식이 연달아 전해지면서 심상찮은 분위기가 흘렀던 겁니다.

그러나 연예계에서 이 괴담은 1980년대 후반부터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시초(?)는 1968년 가수 차중락이 뇌막염으로 사망한 사건이 거론되는데요. 1986년 11월 1일에는 코미디언 서영춘이, 그다음 해인 1987년 11일 1일엔 유재하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로부터 정확히 3년 뒤인 1990년 11월 1일엔 봄여름가을겨울 출신의 김현식이 간 경변으로 사망하면서 11월 괴담이 확산했죠.

1995년엔 김성재가 23세를 일기로 별이 됐습니다. 김성재는 솔로로 첫 무대를 선보인 날 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대중을 충격에 빠뜨렸는데요. 1999년엔 탤런트 김성찬이 말라리아로 사망했습니다. 모두 11월이었죠.

2000년대에도 혼란스러운 소식이 잇따랐습니다. 2001년 1월엔 드라마 '허준'에서 열연한 배우 황수정이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됐고, 가수 싸이도 대마초 흡연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2005년 코미디언 신정환은 불법 카지노 도박 혐의로 입건되는가 하면, 2008년 야구선수 출신 강병규는 인터넷 도박 혐의로 기소됐죠. 2010년에는 가수 MC몽이 병역 기피를 위해 고의로 발치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2013년에는 코미디언 이수근, 탁재훈을 포함해 다수의 연예인이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돼 뉴스가 쏟아졌습니다. 배우 김자옥은 폐암 투병 끝에 사망해 먹먹함을 안겼습니다. 역시 모두 11월에 전해진 소식이었습니다.

2020년엔 코미디언 박지선이 사망했고, 2021년에는 배우 최민수가 오토바이 사고로 긴급 수술을 받았는데요. 2022년엔 가수 겸 배우 이승기가 데뷔 후 18년간 소속사로부터 음원 정산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는 의혹으로 충격을 안겼고, 가수 현아와 던이 결별을 알렸죠.

▲절기상 입동인 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일대에서 두꺼운 외투와 방한용품으로 무장한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절기상 입동인 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일대에서 두꺼운 외투와 방한용품으로 무장한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연예 뉴스 쏟아지고 계절적 영향도…괴담, 언제까지 이어질까?

11월 괴담이 연예계를 넘어 대중에도 확산하자, 갖가지 추측도 이어졌습니다.

우선 이 괴담에는 '연예 뉴스를 쏟아낼 수밖에 없는 달'이라는 이면이 있습니다. 야구, 축구 등 정규리그가 끝나면서 프로 스포츠는 '스토브리그'로 진입합니다. 반짝 화제를 빚을 '이적' 소식을 제외하면 수주~수달 간 이어질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전무한 기간인데요. 그렇다 보니 스포츠 신문은 스포츠가 아닌 연예가 이슈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연예 뉴스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시기라는 거죠.

이 같은 맥락에서 흉흉한 소식은 11월에 발생하는 게 아니라 공개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보도할 소재가 적어지는 상황에서 대중의 눈길을 붙잡아놓기 위해 그간 취재해놓은 기사를 풀기 시작한다는 설명이죠.

연말을 앞두고 각종 연예계 행사, 친목 모임 등 다수가 참석하는 자리가 만들어지면서 음주운전, 교통사고 등 사고가 빈번해지는 것이라는 추측도 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해 가면서 긴장감이 떨어지고, 사고의 확률도 높아진다는 취지입니다.

음모론도 빠지지 않습니다. 11월이면 국회 국정감사가 끝나는데요. 국정 전반에 관해 조사를 벌이고 공개 질의와 답변이 오가는 자리인 만큼, 이 자리에서 나온 '구설'을 연예계 이슈로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에서 시작된 주장입니다.

다만 연예계는 당초(?)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습니다. 11월에 부정적인 뉴스만 흘러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당장 이달에만 가수 겸 배우 수지가 어린 환우를 위해 개인적으로 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요. 변우석이 광고 촬영이 끝난 후에도 신인 배우와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는 일화가 퍼져 훈훈함을 자아냈습니다.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는 가수 이찬원이 취직한 친구를 위해 소고깃집 하나를 통째로 빌려 회식비를 결제해줬다는 이야기도 뒤늦게 전해지면서 온기를 전달했죠.

그런데도 11월 괴담이 힘을 얻는 데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계절 변화의 탓도 있는데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낮은 짧아지고 기온은 떨어집니다. 이때 스트레스를 입을 만한 사건 없이도 이 기간 우울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이 증상은 계절 변화 이후 증상이 완화된다는 특징도 보이는데요. '연말 우울증', '겨울 우울증' 등으로 불리는 이 증상은 '계절성 정동장애'라고 합니다.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은 햇볕을 쫴야 증가하는데, 해가 짧고 추운 겨울 특성상 세로토닌 분비량이 적어 우울감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반면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멜라토닌 분비는 증가하면서 졸음을 유발하고 무기력함을 느끼게 되죠. 불안, 초조, 우울 등 감정 기복이 심화하는 상황인 만큼, 부정적인 뉴스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겁니다.

11월에 유독 사건·사고가 잦게 발생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부정적인 뉴스가 대대적으로 보도돼 주목도가 커지고, 기억에도 오래 남을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는데요. 즉 11월 괴담은 심리적 요인과 사회적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창작된 징크스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과몰입은 넣어두되, 쌀쌀해진 날씨에 몸과 마음 건강을 챙기는 데 집중해도 나쁠 건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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