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들이 ‘저성장’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이 경제성장 활력을 잃은 가운데 동유럽과 중남미도 경기둔화에 고전해 신흥국 성장세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1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중국과 브라질 등 주요 신흥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아직 공식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전망은 암울하다. 민간경제조사단체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지난 7월 신흥국 GDP 성장률이 4.3%로 전월의 4.5%에서 하락했다고 추산했다.
닐 셰어링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 신흥시장 이코노미스트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모습을 보였던 신흥국들에 저성장 추세가 고착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8월은 신흥국 성장률이 지난 2009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달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런던 소재 나우-캐스팅이코노믹스는 오는 21일 발표되는 중국의 3분기 GDP 성장률이 6.8%로, 전분기의 7.5%에서 하락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의 집계에서 전문가들은 중국의 지난 분기 성장률을 7.2%로 예상했다.
또 나우-캐스팅은 브라질의 올해 GDP 성장률이 0.3%로, 지난해의 2.5%에서 급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동유럽 산업생산은 4% 감소해 신흥시장 가운데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유럽 최대 경제국이며 동유럽 산업공급망 수요의 상당 부분을 소화하는 독일이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중남미도 원자재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의 경기둔화와 높은 인플레이션, 내수 부진 등으로 산업생산이 위축됐다.
동아시아 산업생산 증가율은 8월에 5%로 신흥시장 평균인 2%를 웃돌았다. 그러나 이 지역도 중국 둔화 영향으로 활기가 사라지고 있다고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진단했다.
마이클 파워 인베스텍자산운용 투자전략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의 점진적 축소)와 중국 원자재 수요감소라는 ‘두 개의 달’이 신흥시장 경제성장세가 썰물처럼 줄어드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중국은 추가 경기부양책이 필요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는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의 연차총회에서 신중한 통화정책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IMF의 마커스 로드라우어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국장도 “중국은 경제성장과 구조개혁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하고 있으며 이는 지금까지는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중국의 입장을 지지했다.
경기둔화로 고전하고 있지만 섣불리 부양책을 펼치다가는 부실대출 급증과 부동산버블 등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대대적인 부양책을 자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