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한국경제 관전법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입력 2014-09-18 10:28 수정 2014-09-1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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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아시아중소기업학회 회장, 가톨릭대 교수

한때 60만원하던 현대중공업의 주가가 14만원 선으로 추락하고, 매출액 당기순이익은 2011년 5.1%에서, 2012년 1.9%, 2013년 0.3%, 2014년 1분기 마이너스 0.7%로 떨어졌다. 일본의 환율, 중국의 가격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해양산업의 척당 수주금액은 2013년 6억5000만 위안에서 2014년 1분기 4억7000만 위안으로 하락했다. 반면 중국의 수주금액은 2012년 척당 9000만 위안을 저점으로 2013년 1억8000만 위안, 2014년 1분기 2억7000만 위안으로 올라가고 있다. 한국의 조선업체는 원화절상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낮추고 있는 반면 중국은 가격을 높이고 있다.

한국발 저가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셈으로, 일본의 조선을 물려받은 한국의 조선산업에 대한 중국의 추격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4% 증가했지만 영업적자는 1조2926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영업적자의 개선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내부적으로는 중국의 등장에 대비한 차별화된 신제품 개발의 실패이고, 외부적으로는 아베노믹스로부터 시작된 원엔화 환율의 하락 가속화이다. 단순히 한국중공업의 위기를 넘어 한국경제의 엄청난 구조적인 위기의 징조로 보인다.

우선 2013년 이후 원엔화 환율은 35% 하락했다. 일본에서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서 파생상품의 위험이 가장 낮았던 일본으로 달러가 과다하게 유입되면서 만들어진 비정상적인 엔고의 정상화과정이라 하지만, 어쨌든 수출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은 일본 제품에 비해 35% 떨어지고 있다. 35% 이상 원가절감하지 못하면 일본 제품들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최근 한국 제품의 해외 수출 증가율은 급감하고 있다. 2012년에서 2014년 상반기에 이르기까지 3년간 우리 기업의 연평균 수출 증가율은 0.8%에 불과했다. 이러한 낮은 증가율은 1997년에서 1999년의 IMF 금융위기 수준 이후 처음이다.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구조적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심각한 징후이다.

그럼에도 국회의원이나 대다수의 정책 당국자들조차도 안타깝게도 아직 이를 위기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수출현장에서는 엔화의 역습이 계속되는데도 한국의 아베노믹스에 대한 관전법은 대단히 방관적이고 정치적이다. 양적완화를 통한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과 이자율을 높여 높은 부채비율의 일본에 치명적이 될 것이라는 미국식 관전법이 주류를 이룬다. 경제정책으로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베노믹스는 시장에서 세계 소비자의 선택의 프레임을 흔들어 놓고 있다. 아베노믹스 프레임은 가격경쟁력 저하로 잃어버린 20년을 만들어가던 일본 제조업체들에게 가격경쟁력의 회복을 통해서 제조산업에 희망과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합리성을 중시하는 기존 경제학으로는 이해가 안될지 모르지만 심리적 이유를 중시하는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의 전형을 추구해가고 있는 셈이다.

이를 애써 무시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프레임 변화의 가장 큰 피해는 한국 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세계의 소비자들이 다시 일본 제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일본 자동차 빅3의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어나고 있으며, 영업이익도 10% 이상 커지고 있다. 반면 한국의 제조업체들의 수익성은 대체로 전년 대비 10% 이상 급감하고 있다. 아베노믹스 정책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인 민주당의 지지율이 6%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국에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을 비롯한 거대한 아시아를 우리의 시장으로 생각하면 가능성이 있다.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중국인의 인기만큼 한국콜마나 아모레G의 영업이익이 40% 이상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보라. 대우인터내셔날은 무려 전년 대비 3분기 영업 실적이 300% 이상 개선됐다. 이들 기업의 특징은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상반기 동안 우리나라 기업의 수출은 아시아 시장에서만 14% 정도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상반된 한국 기업에 대한 두 가지 뉴스는 한국경제의 관전법에 대전환을 요구한다. 이제 생산원가 싸움에서 시장 개척과 제품 개발 싸움으로 프레임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환율에 고전하고 있지만 품질과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기업들에게는 급성장하는 아시아 국가들이 기회가 될 것이다. 급성장하고 있는 아시아가 제품 개발하는 기업들에게는 경쟁자이기보다는 커지고 있는 시장이 될 것이다. 중국을 ‘연구개발하는 기업의 천국, 연구개발 안하는 기업의 무덤’이라 부른다. 중국을 저렴한 제품 생산기지로 보면 고비용 구조화로 힘들어지지만, 중국을 거대한 시장으로 보면 중국이 발전할수록 시장 확대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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