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빌미로 예ㆍ적금 금리를 무더기로 내리고 있다. 특히 이들 예ㆍ적금 금리의 인하 폭이 기준금리 인하 폭보다 훨씬 큰데 반해 대출금리 인하 폭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종전의 연 2.50%에서 연 2.25%로 0.25%포인트 인하한 후 예ㆍ적금 금리를 인하하는 은행들이 잇따르고 있다.
농협은행은 큰만족실세예금의 금리를 기존 연 2.4%에서 연 2.05%로 0.35%포인트 내렸다. 서민들을 위한 상품인 주택청약예금과 주택청약부금도 각각 0.3%포인트 인하했다.
우리은행은 개인고객들을 위한 수시입출금식 예금 13종과 기업고객 대상 예금 3종의 금리를 다음달부터 인하한다.
또 기업AMA통장의 경우 기존 연 1.5~2.2%에서 연 0.3%로 금리를 1.2~1.9%포인트 내리며 우리잇통장도 기존 연 2.0%에서 0.3%로 1.7%포인트 내리는 등 대부분 상품의 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낮췄다. 우리은행은 이밖에 주택청약정기예금과 장기주택마련저축의 금리도 최대 0.5%포인트 인하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정기적금인 '원더풀라이프 적금'의 기본금리를 기존 연 2.3%에서 연 1.9%로 0.4%포인트 내렸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도 대표 수신상품인 '마이심플통장'과 `두드림통장'의 금리를 각각 0.4%포인트, 0.3%포인트 낮췄다.
이처럼 예·적금 금리는 대폭 인하된 반면, 대출금리 인하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시중은행 중 신한은행이 '금리안전모기지론'의 금리를 기준금리 인하 폭과 같은 0.25%포인트 인하했다.
나머지 은행은 대부분 주택담보대출의 기준 금리로 이용되는 코픽스 연동 대출의 금리를 0.02~0.09%포인트 내리는 데 그쳤다. 코픽스 연동 대출은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가계대출 상품이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무더기로 낮춘 배경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은행으로 밀려드는 것을 꼽았다.
올해 1~7월에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무려 20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갈수록 주식시장 등에서 수익을 내기 힘들어지자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밀려든 결과다. 주택담보대출도 올해 1~7월 12조원 넘게 늘어 지난해 전체 증가액(11조3000억원)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