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통일 대박론과 이산가족의 눈물 -배수경 온라인뉴스부장

입력 2014-02-2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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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인 지난 2009년 10월 31일, 아버지 부시인 조지 H. W. 부시와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러시아 서기장, 동서독 통일 당시 헬무트 콜 총리 세 사람이 독일 베를린에서 만나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콜 : “아무도 믿지 못한 통일을 이룬 것은 우리의 긍지다.”

아버지 부시 : “베를린 장벽 붕괴와 독일 통일은 냉전을 끝냈을 뿐만 아니라 2차 세계대전의 상흔도 지웠다.”

고르바초프 : “정치가가 아니라 국민이 영웅이었다.”

1989년 11월 10일 동서 베를린 시민에 의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까지만 해도 독일 안팎에서 우려의 소리가 강했다. 당시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는 고르바초프 서기장에게 “우리는 통일 독일을 원치 않는다. 세계 정세의 안정을 훼손하고 우리의 안전이 위협받는 발전을 인정할 수 없다”며 베를린 장벽 붕괴를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당시 동독이 제아무리 사회주의 국가 가운데 가장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룬 ‘사회주의의 우등생’이었어도 자유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막지는 못했다. 동독 시민들은 민주화와 시장경제 도입이라는 개혁의 바람을 차단하던 에리히 호네커 동독 공산당 서기장의 탄압을 피해 헝가리와 오스트리아를 거쳐 서독으로 대량 탈출을 시도했다.

그러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은 어이없게도 동독 정부의 여행규제에 대한 표기 오류 때문이었다. 동독 정부가 1989년 11월 9일 자국 시민에 대한 여행 허가서 발행의 대폭적인 규제 완화를 ‘사실상의 여행자유화’라는 식의 표현으로 잘못 발표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에 순식간에 베를린 장벽은 곡괭이와 해머, 건설 장비를 동원한 시민들의 손에 의해 무너지기에 이르렀다.

더 놀라운 것은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동독 시민들만 바라던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동독 시민들이 초라한 동독제 소형차 ‘트라반’을 타고 줄줄이 국경을 넘어 서독으로 건너오자 국경 부근에서 포르쉐, BMW, 벤츠 등 고급차를 탄 서독 시민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고 한다. 이처럼 동서독의 통일은 시민들에 의해 부지불식간에 이루어졌다.

이 같은 감동과 환희의 역사는 비단 독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과 다보스포럼 기조연설에서 ‘통일 대박론’을 소개한 데 이어 이번에는 ‘통일준비위원회’ 카드를 꺼냈다.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을 통해 대통령 직속으로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남북통일이 당장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그 동안 통일 대박론이라는 화두만 던졌을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박으로 만들 것인지, 정부는 무엇을 할 것인지 등 과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박 대통령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에서 통일준비위원회 카드를 꺼낸 것은 통일에 대한 청사진 제시와 함께 경제성장 동력으로서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 대통령은 다보스포럼에서도 통일은 한국뿐 아니라 동북아 주변국 모두에게 대박이 될 수 있다며 경제적 측면을 강조했다.

하지만 통일에 대해 장밋빛 환상만 심어주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앞선다. 통일 독일이 작금의 유럽의 최강대국이 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동독과 서독의 경우, 통일의 감동과 환희는 잠시였다. 베를린 장벽 붕괴 직후 서독 정부가 서독으로 이주한 동독 시민에게 준 일시금은 서독 시민들의 불만을 초래했다. 세계적인 경제대국이었던 서독과 동독의 확연한 경제 격차도 문제였다. 동독에서는 자본주의에 적응하지 못한 국영기업의 도산으로 실업자가 증가했고, 서독에서는 동독에 대한 투자비용 등이 걸림돌이 돼 경기 침체를 초래했다. 이에 동서독 양쪽에서 불만이 높아지기도 했다. 동서독의 소득 격차는 지금도 여전하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통일에 대해 경제적인 측면만 확대한 나머지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간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옛 동서독의 경우, 시민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금전적인 이익보다는 자유로운 교류였다.

지난 25일 5박6일간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끝이 났다. 작별 상봉장에서 다시 남북으로 갈라지며 오열하는 백발의 노인들과 생이 얼마 남지 않은 7만 이산가족. 통일 대박론을 운운하기에 앞서 이들의 눈물 먼저 닦아주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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