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창조경제 이전에 ‘창조정치’- 현진권 한국재정학회장ㆍ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입력 2013-07-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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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가 곧 창조경제다. 정부는 창조경제를 많이 이야기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우린 시장경제 체계를 유지했으므로 별다른 감흥이 없다. 오히려 정부가 창조를 강조하니, 민간은 뻘쯤하여 앞뒤가 바뀐 기분이다. 창조는 민간의 에너지에서 나오는 것이지, 절대 공공부문에서 나올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민간의 창조 에너지가 제대로 분출될 수 있도록 규제만 풀면 된다. 정부가 창조하겠다는 말은, 창조를 통해 정부기구를 팽창하겠다는 말이다.

이제 정책은 행정부가 아닌 국회에서 결정된다. 정책개발의 축이 행정부에서 입법부로 바뀌었다. 정책이 제대로 논리적 근거를 가지려면, 행정부와 입법부 간에 일치된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창조경제를 이야기해도, 국회는 여당조차 창조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래서 경제정책이 온탕과 냉탕의 연속이란 비난을 받고 있다.

현재 정치권에선 ‘경제민주화’라는 명분을 서로 쌓으려고 경쟁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는 불확실한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잘못된 감성적 쏠림 구조를 바로 잡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조장하고 선점하려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불확실한 개념을 구체적인 입법을 통해 현실화하려고 경쟁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경제민주화에 집착하는 이유는, 경제민주화는 본질적으로 사회 구성원들을 양분하기 때문이다. 강자와 약자, 수도권과 지방,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기업과 하청업체 등에서 볼 수 있듯 경제, 정치, 지역 측면에서 양분적인 구분이 가능하다. 이렇게 양분화시키면 이들 집단 간에는 수직적인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으며, 약자는 수적으로 많다는 정치적 장점이 존재한다. 정치인의 관심은 표이며, 다수논리로 정치시장의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기 때문에 양분적인 구분은 매력적인 전략이다. 사회를 양분화하여 약자인 다수를 위한다는 정치적 몸짓은 다수 약자에게 매력으로 다가갈 수 있다. 따라서 정치시장에서 선거에서 이기려는 전략은 사회 구성원을 다수와 소수로 구분해서 분열시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추진하는 정책은 주로 경제주체들을 ‘갑을관계’로 구분하고 갑인 경제적 강자를 규제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시장경제를 존중해야 하는 이유는, 신분에 의한 소수집단이 지배하는 고착되는 구조가 아닌, 누구나 자신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 가진 자가 될 수 있고, 망할 수 있는 동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국내 최고의 대기업도 노력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망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쌓아놓은 놀라운 업적을 ‘갑을관계’라는 단순한 논리로 흐트려놓지 말아야 한다. ‘창조경제’는 신분, 경제적 지위 등과 관계없이 누구든지 창조할 수 있고, 창조의 성공 여부는 소비자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정책입법화 경쟁은 결과적으로 민간의 창조경제를 억제하게 된다.

창조경제가 제대로 되려면, 정치권에서 ‘창조정치’가 우선되어야 한다. 민간의 창조 에너지를 막는 규제를 발견해서 개혁하려는 정치경쟁이 선행되어야 한다. 창조하는 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탈규제를 창조하려는 정치구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사회를 이분화하여 분열시킴으로써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구조에서 탈피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기존 정치구조를 개혁할 정치 엘리트가 나와야 한다. 소선거구의 지역 이해관계에 집착하는 잔챙이 정치인이 아닌, 한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큰 얼굴의 정치인이 나와야 한다. 그래서 창조경제를 억제하는 정책개발이 아닌, 창조경제를 유인하는 ‘창조정치’ 구조를 만들 정치인이 나와야 한다. 모든 정치인이 ‘경제민주화’, ‘갑을관계’ 속에서 정치적 타산만을 챙기는 정치구조로는 한국의 앞날은 암울하다. 경제적 약자를 국민세금으로 돕자는 감성적 나눔의 정치가 아닌, 탈규제를 통해 새롭게 창조하는 경제를 만들 창조정치를 만들어야 한다. ‘창조정치’없이 정부가 아무리 ‘창조경제’를 강조해도 공허한 정치적 슬로건일 뿐이다. 지금 우리 시대에 필요한 건 ‘창조경제’가 아닌 ‘창조정치’다. 우리에겐 창조정치의 기치를 내세울 정치 엘리트가 존재할까? 그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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