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최부잣집에서 배운다]소통과 화합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입력 2013-01-3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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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개방 외부와 소통 일조… 정보교류·우호적 여론 조성

재벌이나 사회지도층에 대한 불신이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이는 소통의 부재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특히 재벌들은 딴 나라 세상에 사는 것처럼 외부와 단절하고 베일에 가린 채 그들만의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세계적 부자인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이 일반인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것과 대조적이다.

사회지도층과 재벌들의 소통 동맥경화는 사회적 갈등을 깊게 만들어 공멸의 길까지 갈 수 있어 경주 최부잣집이 500년간 부를 유지했던 소통경영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최부잣집은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는 가훈을 실천하며 외부와 소통하는 소통경영과 정보교류, 우호적인 여론조성을 이끌어 냈다.

전통적인 농경정착사회에서 과객은 단순히 길을 지나가는 나그네뿐만 아니라 출장 중 지나가며 묵고 가는 중앙의 고위공직자가 많았고, 암행어사도 있었기 때문에 이들을 잘 대접하는 것이 중요했다.

최부잣집은 과객 대접을 위해 1년에 쌀 2000가마니를 쓸 정도로 온 집안이 극진히 대접했다고 한다. 보통 부잣집은 과객에게 밥상을 준비할 때 2인용의 겸상이나 여럿이 사용할 수 있는 두레상(둥근 밥상)을 이용했다. 하지만 최부잣집은 손님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직접 재배한 미역과 과메기(청어 새끼를 잘 말린 생선)를 기본 반찬으로 한 독상으로 대접하고 예의 바르게 모셨다고 한다. 이를 위해 최부잣집은 500인을 독상으로 대접할 수 있는 놋그릇과 반상을 갖췄다고 한다.

과객 중 놋그릇이 탐나 가져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고 한다. 하지만 최부잣집은 잃어버린 놋그릇을 찾으려 하지 말고 교촌 옆의 놋전에서 다시 만들라고 해 후한 인심을 보여줬다고 한다. 또 과객이 떠날 때는 과메기 두 마리와 하루분 쌀, 조금의 노잣돈을 줘 결코 빈손으로 가는 경우가 없었다고 한다.

이처럼 최부잣집이 과객에게 후하게 대접한다는 얘기가 전국에 퍼지면서 과객들이 경주를 지나갈 때는 꼭 최부잣집을 들렀다고 한다. 과객이 많이 머무를 때는 하루 100명이 넘을 정도였다. 과객이 많아지면서 최부잣집은 효율적인 대접을 위해 과객을 상객, 중객, 하객으로 나눠 대접했다. 과객 중 상객에게는 과메기 1마리, 중객에게는 반마리, 하객에게는 4분의 1 마리를 제공했다. 또 과객이 너무 많이 몰려 사랑채에 모두 수용할 수 없을 때는 주변 하인 집이나 소작인 집으로 과메기 2마리와 쌀 1인분을 갖고 가도록 해 그집에서 묵게 했다. 하인이나 소작인은 과객을 접대하면 그 대가로 소작료를 면제받았기 때문에 정성껏 모셨다고 한다.

최부잣집은 단순히 과객을 대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인 묵객에게는 고급 한지를 제공하는 등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메세나 역할을 했다고 한다. 특히 일제 식민지 시절인 1920년에는 경주고적보존회를 설립해 경주 문화재 보존 활동을 펼쳤다. 또 최남선, 정인보 선생을 편집자문으로 초빙해 ‘동경통지’를 14권7책의 많은 양으로 발간하기도 했다.

이처럼 최부잣집이 과객을 후하게 대접함으로써 가문을 개방하고 외부와 소통을 하는 소통경영을 해 당시 당쟁이 심했던 분위기에서 최부잣집에 대한 외부의 경계심을 없애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것이다. 특히 최부잣집은 다른 가문보다 먼저 먼 지역의 정보를 잘 들을 수 있어서 시대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최부잣집에 하룻밤 묵었던 과객들이 다른 지역에 가서 최부잣집을 칭송하는 얘기를 퍼뜨리면서 전국적으로 존경을 받는 명가가 될 수 있었다.

최부잣집이 동학혁명 때나 일제 식민지 시절, 해방 등 격변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명성과 존경심이 밑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현대에서도 이러한 최부잣집의 소통경영의 의미를 잘 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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