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과세 두고 ‘우왕좌왕’…내년 시행 가능성에 “현실적으로 유예 필요”

연내 소득세법 미개정시 내년 과세
250만원 이상 수익 세율22% 부과
금투세 폐지에 형평성 문제 제기도
"해외거래소 협조 필요하나 어려워"

국회가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두고 대립하는 가운데, 국내 업계에서는 ‘할 수 있다, 없다’의 문제보다는 과세 원칙이 정립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가상자산 과세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달리 여야 대립으로 인해 유예 여부가 불명확한 상황이다.

당장 올해 안에 소득세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내년 1월 1일 이후부터 코인 투자를 통해 나오는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과세된다. 코인 투자로 인한 이익이 250만 원을 넘을 경우, 22%(지방세 2% 포함)의 세율을 적용받게 되고, 결손금 이월공제도 적용되지 않는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와 관련해 기재위 소속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가상자산 과세를) 시행하는 걸 전제로 해서 현재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는 했다. 또 다른 민주당 소속 의원실 관계자 역시 “당내에서도 여러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면서 “업계 반응이나 어떤 내용으로 주장을 하고 있는 지 등을 포함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가상자산 투자자 사이에서 가상자산 과세 유예는 주요 이슈다. 21대 국회였던 올해 3월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코인 과세 유예에 관한 청원’은 5만1255명의 동의를 얻어 4월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회부됐으나, 21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되기도 했다.

본지가 올해 8월 진행한 가상자산 관련 설문조사에서는 국내 남녀 2000명 중 25.7%가 향후 과제로 과세 및 세법 관련 법안을 지목한 바 있다. 특히 가상자산 투자자 중 44.7%는 “과세는 필요하나 아직은 적용을 유예해야 한다”고 답했다.

투자자들은 금투세가 폐지된 상황에서 코인 과세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또한 결손금 이월공제도 적용되지 않으면서, 손실을 고려하지 않은 불합리한 과세라는 주장도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월공제가 안 되면 손실을 봤을 때는 세금으로 메워주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업계는 당장 내년 1월부터 과세 정보를 시스템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지만, 여러 현실적인 문제로 과세 유예를 바라는 입장이다. 한 국내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는 유예가 필요한 것 같다”면서 “당장 한 달 안에 과세 정보 시스템이나 회계 처리 등을 차질 없이 준비해야 하고, 정부에서도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재진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닥사) 상임부회장은 최근 관련 토론에서 “(업계의 과세 유예 주장은) 시간적인 문제만은 아니”라면서 “현재 과세안에 방금 말씀드린 여러 정의에 대한 답변이 없다는 것이지 ‘특정 프로그램을 구축해서 돌려야 하는데 준비가 안 됐다’거나 무작정 미루자는 취지는 아니”라고 했다.

해외거래소에서의 가상자산 취득 원가 등 과세에 필요한 자료 확보에 대한 어려움도 업계가 과세 유예를 주장하는 이유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해외거래소 거래 자료도 어느 정도까지는 추적이 가능하지만, 결국 이들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라면서 “불가능하진 않지만 쉽지도 않다”고 했다.

이 때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7년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카프(OECD 암호화 자산 자동 정보교환 체계·CARF)’ 시행에 맞춰 과세를 2년 더 유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김 상임부회장은 “최근 카프 도입 논의가 활발하다”면서 “그 시행 시기에 맞춰 과세하는 것이 글로벌 정합성 측면이나 해외거래소 이탈 방지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