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바짝’ 연세의료원…“진료수익으론 유지 불가, 기술 공략할 것”

입력 2024-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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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창 의료원원장, 연구·초고난도 질환 중심 전환 나서…“정부, 의·정 사태 수습해야”

▲금기창 연세의료원장이 19일 연세대학교 백양누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연세대학교 의료원 성과 및 발전전략에 대해 발표 중이다. (사진제공=연세의료원)
▲금기창 연세의료원장이 19일 연세대학교 백양누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연세대학교 의료원 성과 및 발전전략에 대해 발표 중이다. (사진제공=연세의료원)

연세의료원이 대학병원의 고질적인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한 체질 전환에 나선다. 기술 수익을 늘려 진료 수익 의존도를 낮추고, 초고난도 질환 치료에 집중한다는 목표다.

금기창 연세의료원장은 19일 서울 신촌 연세대학교 백양누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연세대학교 의료원 성과 및 발전전략을 발표하며 “혁신 의료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필수의료체계를 구축해 상급종합병원의 역할을 넘어 초고난도 질환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세암병원 원장, 중입자건립추진본부장, 송도세브란스병원건립추진본부장 등을 역임한 금 의료원장은 올해 3월 제19대 연세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취임 초부터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계 혼란과 병원 경영 악화 등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진료 수익 감소·연구 수주 선방…“로봇 수술·임상시험 강화할 것”

연세의료원은 의정(醫政) 갈등으로 진료 수익이 대폭 감소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만 1200억 원이 넘는 손실이 예상된다. 금 의료원장은 “지난해 대비 올해 상반기 외래는 12%, 입원은 27.1% 감소해 진료 수익이 1277억 원 줄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공의들이 정상적으로 남아있던 지난해에도 병원의 진료 수익률은 -0.5%로 적자였다”라며 “의정 갈등이 장기화할수록 경영 불안은 불가피하다”라고 우려했다.

의료계 혼란에도 올해 상반기 연구 수주 실적은 유지했다. 지난해 연세의료원이 교외에서 수주한 과제는 총 1346건이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762건을 수주했다. 금기창 의료원장은 “진료 수익만으로는 미래 의료를 준비하기 힘들다”면서 “진료 외에도 기술 개발 및 연구 등으로 다양한 수익구조를 만들어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해 연세의료원이 방점을 찍은 분야는 △초고난도 질환 △로봇 수술 △임상시험 등이다.

세브란스병원은 국내 최초 중입자치료기를 도입해 현재까지 고정형으로는 전립선암 378명, 회전형으로는 췌장암, 간암, 폐암 등 59명을 치료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회전형 치료기를 추가 가동하고, 두경부암 등으로 치료 대상 암종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세계 최초로 지난해 12월 로봇 수술 4만 례를 달성했다. 존슨앤드존슨과 협력을 체결해 차세대 로봇 수술 플랫폼도 개발 중이다. 임상연구 계약을 체결한 제약·바이오 기업은 지난해 557곳, 올해 상반기에만 277곳으로 지속해서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연세의료원 전경 (사진제공=연세의료원)
▲연세의료원 전경 (사진제공=연세의료원)

분과 개편·기술 수익 창출 박차…연구·교육에 ‘통 큰 투자’

정밀의료와 신의료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분과 개편도 시도한다. 연세의료원은 올해 5월 희귀유전성 질환을 치료하는 하님정밀의료클리닉을 열었다. 17개 진료과에서 전문의 22명이 활동하고 있다.

금 의료원장은 “일반 병상과 단기 병상을 조정해 중증질환 중심으로 병원 시스템과 인프라 자체를 전환할 계획”이라며 “입원전담전문의 등 전문의 중심 진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도 꾸렸다”라고 설명했다.

기술이전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수익을 창출하고, 연구 활성화를 위한 연구비 지원도 확대한다. 이를 위해 연세의료원은 연구개발지원 그룹을 신설하고, 신진 교수의 연구 정착을 위한 지원금과 전담 특허사무소 등을 운영하고 있다.

금 의료원장은 “의과대학은 163억 원, 치과대학은 156억 원, 간호대학은 7억2000만 원을 교수들에게 연구 과제별로 최대 2년까지 지원하고 있다”라며 “올해 10월까지 305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기술이전은 23건으로 계약 금액은 117억 원”이라고 소개했다.

의과대학 신축도 계획하고 있다. 신축 의대는 지하 6층부터 지상 7층 규모로 기존 의대 대비 실사용 면적이 50% 늘어난다. 이와 함께 연구시설을 확충하고 융합연구를 촉진하기 위해 연구동 건립도 추진한다.

▲금기창 연세의료원장이 19일 연세대학교 백양누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연세대학교 의료원 성과 및 발전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금기창 연세의료원장이 19일 연세대학교 백양누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연세대학교 의료원 성과 및 발전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정부, 의정 사태 정리하고 병원 부담 완화 도와야”

금 의료원장은 병원 정상화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병원은 공익사업 기관인 만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정책적인 지원이 필수라는 의견이다. 그는 “의료기관의 체질 개선을 위해 필수의료를 포함한 의료수가의 현실화는 물론, 필수의료 전문의 확보를 위해 의료사고특례법 재고 등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의정 갈등을 수습해야 한다고 거듭 피력했다. 금 의료원장은 “의료원 의사가 약 2000명인데, 그중 전공의들은 700여 명으로 비율이 적지 않다”라며 “전공의들 공백 상태가 지속하면 수술실과 병상 운영이 줄어 병원 경영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병원 운영을 위한 제반 비용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요청도 이어졌다. 병원에 일반용 전기세를 부과하는 현행 제도가 경영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병원이 환자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전력은 사회적으로 공적인 비용에 해당한다는 것이 금기창 의료원장의 의견이다. 현재 세브란스병원은 중입자치료기 가동에만 연간 30억 원의 전기세를 낸다.

금 의료원장은 “병원에서 사용하는 전력에는 일반용이 아닌 산업용 전기세가 적용돼야 한다”라며 “현재 병원은 일반용 전기세를 내는데,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만 1년 기준 약 220억 원에 달하는 전기세를 내고 있어 큰 부담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병원도 신용카드 우대수수료 적용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라며 “현행 2.2%~2.3%에서 1.5%로 1%포인트(p)만 내려도 수억 원 이상의 부담이 경감돼 병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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