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제 아닌 신고제를 참여율 저조
처벌 수위도 낮아 실효성 떨어져
방송통신위원회의 불법 스팸문자 대책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방통위가 시행하는 ‘대량문자전송자격인증제’가 민간 자율 신고제로 운영되며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이다.
17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가 불법 스팸 대책의 하나로 올 6월 처음 시행된 ‘대량문자전송사업자 전송자격인증제’가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전송자격인증제는 인터넷 망을 이용해 대량의 문자전송서비스(Web 발신)를 제공하는 문자재판매사업자가 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 등 문자중계사업자 10개사로부터 전송자격인증을 받아야만 문자를 보낼 수 있는 자율인증제도다.
문자재판매사업자가 방송통신이용자보호협회(KCUP)에 신청서를 접수하면 서류심사, 현장심사를 거친다. 이후 방통위·한국인터넷진흥원·문자중계사업자·교수 등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문제는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점이다. KCUP의 ‘대량문자전송자격인증제’ 홈페이지에 게시된 10월 말 기준 전송자격인증제 인증승인 사업자 수는 104개다. 전체 문자재판매사 1174개 중 약 8.9%에 불과하다.
90%가 넘는 업체가 인증 신청조차 하지 않은 건, 불법 스팸문자 발송에 따른 이익이 제도 위반으로 인한 제재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인증을 받은 문자재판매사업자가 불법 스팸문자를 전송한 것이 확인되면 발송정지 등 제재를 받는다. 또, 방통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서 불법 스팸문자 전송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규정했다. 불법 스팸문자에 대한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은 통신사업자 과태료는 3000만 원이다.
그러나 이 같은 처벌 수위는 스팸문자로 벌어들이는 범죄수익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보이스피싱·도박·성매매 광고 등 ‘국제 발신’ 문자를 대량 전송한 문자 발송업체 6곳을 검거했다고 7일 밝혔다. 이들이 취득한 범죄수익은 총 485억4000만 원에 달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소위 ‘떴다방’ 식으로 운영하는 작은 업체들이 많은데, 이들은 감시망을 아주 잘 피해 간다”며 “더욱이 인증제가 민간 자율 규제고,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지 않냐. 그래서 (참여율이) 낮은 것”이라고 말했다.
실효적인 대책의 부재 속 올해 불법 스팸문자 건수는 폭증하는 추세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휴대폰 스팸 신고 및 탐지 건수 현황’에 따르면, 올해 1~8월 불법 스팸문자 건수는 2억8041만 건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전체 스팸문자 건수인 2억9550만 건의 95%에 육박한다. 올해 불법 스팸 건수는 약 4억 건에 이를 전망이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도 이통3사 대표를 만나 불법 스팸 근절을 위한 민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류제명 네트워크정책실장은 간담회 후 취재진에게 “불법 스팸 대책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는데 통신사가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못하는 기술적인 부분이 있다”며 “유 장관은 불법 스팸 대책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와 과기정통부가 할 수 있는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이에 방통위는 문자재판매사의 전송자격인증제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방통위는 “12월 1일부터 이동통신 3사와 문자중계사에서 운영하는 전송자격인증을 받지 못한 문자재판매사는 문자 전송이 불가능해진다”며 “전송자격 미인증으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유의할 것을 사업자들에게 당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