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전환한 동부건설, 몸집 늘렸지만 복잡한 관계기업이 ‘발목’ [중견건설사 Up&Down②]

입력 2024-11-18 06:00 수정 2024-11-1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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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건설 (자료제공=동부건설)
▲동부건설 (자료제공=동부건설)
주택경기 침체와 원가율 상승의 협공으로 대규모 영업손실을 피하지 못한 동부건설이 비주택 부문을 통해 돌파구를 찾기로 했다. 하지만 관계기업으로 묶인 HJ중공업의 실적 저하로 인한 손실 확대 가능성이 고개를 들며 하반기 실적 향방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부건설의 상반기 매출(연결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한 8634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1억 원에서 -587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실적 저하 배경으로는 원가율 급증이 지목된다. 상반기 매출원가율은 100.2%로 지난해 상반기(93.5%)보다 6.7%포인트(p) 올랐다. 공사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박영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원가율 상승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해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부채 증가 폭도 크다. 단기차입금은 전년 동기(3311억 원) 대비 21.2% 증가한 4013억 원이다. 총부채는 지난해 상반기(1조2269억 원)보다 약 2000억 원 늘어난 1조4181억 원으로 집계됐다. 부채비율은 205%에서 292%로 확대됐다.

관계기업인 HJ중공업의 실적도 성적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다. 동부건설은 2021년 한국토지신탁이 대부분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사모투자합자회사(에코프라임마린)와 850억 원씩 공동 출자해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 유한회사를 설립했다.

NH프라이빗에쿼티(PE)와 오퍼스프라이빗에쿼티(PE)도 각각 500억 원을 투입, 당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던 HJ중공업(구 한진중공업)을 인수했다. 지난해 9월 기준 동부건설은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 지분 38.6%를 보유하고 있다.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이 쥐고 있는 HJ중공업 지분은 66% 이상이다.

HJ중공업의 실적이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을 거쳐 동부건설에 영향을 끼치는 구조다. 두 회사의 실적이 합산되진 않지만, 지분법에 따라 HJ중공업에 손해가 발생하면 동부건설이 보유한 지분만큼 손실 회계에 반영된다.

지난해 상반기 HJ중공업은 조선과 건설 부문에서 공통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조선 부문의 영업손실은 833억 원으로 전년 동기(296억 원)와 비교할 때 3배 가량 증가했다. 건설 부문 또한 8억5000여만원의 영업손실 발생으로 적자 전환했다. 조선업 수주 부진과 건설 업황 악화가 동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동부건설의 지분법손실은 297억 원으로 전년 동기(83억 원) 대비 254.6% 증가했다.

올 상반기 HJ중공업 영업손실은 276억 원이다. 1년 전보단 적자 폭을 줄였으나 여전히 이익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HJ중공업 측은 지난달 말 기준 전년 전체 수주액 대비 150% 높은 2조3000억 원의 수주액을 기록한 만큼 수주 극대화를 통한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건설 업종 자체가 워낙 불황이라 두 회사 모두 영업이익 부진을 겪고 있지만, 올해 수주한 일감도 있고 금리 하락 전망도 나오는 만큼 내년에는 실적 개선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HJ중공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부건설은 수주 다각화를 통해 현금 흐름을 원활히 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비주택 사업에 주력하며 부동산 경기 악화와 PF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토목과 건축 분야에서 보유한 강점을 기반으로 플랜트 사업을 신사업으로 육성하며 공공·민간 도급공사 영역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올해(8월 말 기준) 신규 수주액은 2조 원을 돌파했으며 이 가운데 공공공사 수주액은 약 9000억 원이다.

플랜트 분야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상반기 플랜트 분야 수주액은 4000억 원으로, 전략적인 플랜트 분야 육성과 함께 반도체, IT 등 첨단 산업 시장 확대로 늘어난 산업설비 시공 수요의 영향이 컸다. 플랜트 공사는 주로 민간을 대상으로 하는 도급 사업의 성격을 띄어 사업의 안정성과 수익성이 동시에 보장된다는 특징이 있다.

업계에선 한국토지신탁이 최대주주인 만큼 유사시에 여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한국토지신탁은 2016년 동부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키스톤PE와 출자한 키스톤에코프라임의 지분 87.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동부건설의 지분 절반 이상(56.4%)을 이 사모펀드가 쥐고 있다. 한토신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동부건설의 경영권을 확보한 셈이다.

한토신은 2016년 법정관리 종결 이후 바닥을 드러낸 동부건설의 금고를 채워주기 위해 책임준공형 신탁을 제공한 바 있다. 짧은 시일 내에 수주량을 늘리고 자금조달 또한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법정관리 시절 6000억 원보다 적었던 동부건설의 자산총계는 2020년 9542억 원으로 30%가량 뛰었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주택 분양경기 저하와 급격한 금리 상승 등으로 건설업계 재무적 불확실성이 증가한 상황”이라며 “동부건설에 대한 한토신의 직·간접적 재무지원 발생 부담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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