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30대 투자자 A씨는 지난해 한 코스닥 상장사가 이차전지 관련 단일판매 공급계약을 체결했다는 공시를 보고 주식을 대량 매수했다. 구체적인 계약 금액과 계약 상대방은 계약상 비공개였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공시가 나온 날 전후 10거래일 동안 무려 78% 이상 급등했다. 그러나 해당 상장사는 계약 체결 1년 만에 이행률 0%로 계약을 해지한다고 공시했고, 불성실공시 법인에 지정됐다. A씨는 이미 막대한 손실을 본 뒤였다.
앞으로 이처럼 단일판매·공급계약 공시를 하는 상장사는 계약 조건상 중요 정보인 계약금액과 계약상대방 둘 중 하나는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또한, 공시 이후 정기보고서를 제출할 때마다 해당 계약의 진행현황과 미진행 사유, 향후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기입해 계약 상황을 수시로 보고해야 한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오는 15일 상장사의 단일판매·공급계약의 최초 계약 시 공시 서식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6일 밝혔다. 투자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계약 진행 상황에 대한 정기적인 보고를 강화하기 위함이다.
최근 코스닥 시장을 중심으로 전체 불성실공시 중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공시의 비중 급증하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2020년 전체 코스닥 불성실 공시 129건 중 6.2%(8건)를 차지했던 단일판매·공급계약 공시는 지난해 9.9%(8건)까지 뛰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전체 불성실 공시 54건 중 18.5%(10건)나 차지한다. 단일판매·공급계약은 기업이 계약 상대방과 독점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는 의미다. 경쟁사들을 제치고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어 통상 주식시장에서는 호재로 통한다.
문제는 이러한 공시의 정보가 제한적이고 진행 상황에 따라 계약 규모가 수시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최악의 경우 계약 자체가 없던 일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규모 수주계약이 테마주와 묶이는 경우 허위·과장성 공시 후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는 등 불공정거래 발생 가능성도 나온다.
이에 따라 공시 사전 접수 단계부터 공시 서식을 세분화하고, 비공개 공시 신청 기준을 높인다. 계약금·선급금 유무, 대금 지급 조건 등 중요 정보는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하며, 원칙적으로 계약금액 또는 계약상대방 둘 중 하나만 공시 유보가 가능하도록 한다.
계약금액의 공시유보가 허용된 경우에도 계약금액 기재를 생략하는 사유를 설명해야 한다. 또 계약금액을 밝히기 어렵다면 판매·공급 계약금액 총액 대비 계약 진행률(%)이라도 별도 기입해야 한다. 이행률이 50% 미만인 경우에는 공시변경에 해당하여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될 수 있다.
사후 관리도 강화한다. 공시 이후 계약해지 또는 계약을 미이행한 경우 공시번복에 해당한다. 아울러 반기·사업보고서를 제출할 때마다 계약금 수령 여부, 진행률, 계약 미진행 시 사유와 향후 추진계획 등 진행현황을 상세히 보고해야 한다.
양 기관은 불공정거래 업무협조 체계를 강화하고, 이달 중 상장사를 대상으로 공시유보 관리 강화 내용을 별도로 안내해 기재사항 교육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또 2024년도 사업보고서 제출 기업들이 개정서식을 준수했는지 여부도 중점적으로 점검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