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부터 전과 고백까지…방송가에 떨어진 '일반인 출연자' 경계령 [이슈크래커]

입력 2024-11-0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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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출연자 강승원(왼쪽), 유비빔. (출처=넷플릭스, ENA 제공, 유비빔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출연자 강승원(왼쪽), 유비빔. (출처=넷플릭스, ENA 제공, 유비빔 인스타그램)

비연예인 출연자들의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입니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부터 일상을 체험해보는 프로그램까지, 또 비연예인 출연자들이 사랑을 찾거나 우승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프로그램까지, 주제도 포맷도 각양각색인데요. 예능의 주축이 되는 게 비연예인 출연자인 만큼, 보다 편안하고 공감 가는 이야기가 주는 울림은 무시하지 못할 차별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심상찮은 분위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방송 출연으로 조명받은 이들의 과거 행적이 '파묘'되고 있는 건데요. 갑작스레 불거져 순식간에 확산하는 논란에 방송가는 진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출처=ENA·SBS Plus ‘나는 SOLO, 그 후 사랑은 계속된다’)
▲(출처=ENA·SBS Plus ‘나는 SOLO, 그 후 사랑은 계속된다’)

'나는 솔로'부터 '흑백요리사'까지…사랑 찾고 우승자 가리는 일반인들

최근 큰 인기를 끈 '일반인 예능'으로는 단연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를 꼽을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요리 서바이벌 '흑백요리사'는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들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치열하게 맞붙는 100인의 요리 계급 전쟁입니다. 셰프들의 계급을 단 두 개로 나눈 파격적인 설정, 눈을 더욱 즐겁게 하는 화려한 세트, 다음 화 재생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는 긴장감 가득한 연출까지 모든 박자가 어우러져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했죠.

공개 직후 한국 넷플릭스 랭킹에서 굳건한 1위를 지킨 건 물론이고요. 넷플릭스가 제작한 예능 최초로 글로벌 시청 순위 1위에 오르면서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매료시켰습니다.

글로벌 흥행에는 세련된 연출부터 심사위원을 맡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국내 유일의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3스타 레스토랑 '모수' 안성재 셰프의 활약, 출연 셰프들의 화려한 손재주, 감탄을 부르는 요리 한 접시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쳤겠지만, 무엇보다 큰 재미는 출연자들에게서 나왔습니다. 100인의 셰프가 한자리에 모인 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는데요. 미슐랭 별을 받은 해외 유명 레스토랑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셰프들부터 성장기 아이들의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한 끼를 책임지는 급식 조리사, 직장인들의 참새 방앗간 같은 동네 술집 사장님까지 다채로운 매력의 출연자들이 한자리에 모였죠.

요리에도 이들의 서사가 가득 담겼습니다. 세미 파이널 1차전, '인생을 담은 요리' 미션에서는 현대식 참치 캐비어 비빔밥을 선보인 에드워드 리의 이야기에 눈물 흘린 시청자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가 선보인 비빔밥은 수저로 비벼 먹는 게 아니라 칼로 썰어 먹는 방식이었는데요. 에드워드 리는 "저는 비빔 인간"이라며 "제겐 비빔밥처럼 많은 문화가 있다. 한국의 정체성과 관련해 많이 고생했다. 미국 사람인가, 아니면 한국 사람인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열심히 요리할 땐 그런 생각이 없어지고, 한 맛을 위해 노력할 수 있다"고 전했는데요. 이어 "비빔밥엔 여러 재료와 색깔이 많지 않나. 근데 섞어서 한 가지 맛을 만든다"며 "비빔밥에서 저 자신을 본다. 제 삶과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반영한다"고 부연해 감동을 안겼습니다.

일각에서 토로한 아쉬운 점도 출연자들의 서사와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정년 퇴임한 급식조리사 '급식대가'(본명 이미영)가 평범해 보이는 닭볶음탕으로 '한국 첫 미쉐린 1스타 셰프' 방기수를 어떻게 꺾은 건지, 셰프 장호준이 어떤 요리로 톱8까지 진출한 건지 등 개개인의 이야기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 겁니다.

서바이벌뿐 아니라 연애 프로그램(연프)에서도 비연예인들의 서사가 빛납니다. 사실상 연프 시장은 비연예인들이 꽉 잡고(?) 있죠. 이른바 '공개 열애'가 연예인에겐 부담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연프가 SBS Plus ·ENA 예능 프로그램 '나는 SOLO'(이하 나는 솔로)입니다. 2021년 7월 첫 방송을 시작한 '나는 솔로'는 어느덧 23기 막이 올랐죠.

이 프로그램은 상당한 매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연프와의 차별점으론 진정성이 거론됩니다. 출연진은 자신의 이름 대신 영철, 광수, 영자, 정숙 등 '나는 솔로'만의 가명으로 녹화에 임하는데요. 자기소개를 하기 전까지는 '첫인상'만으로 서로를 탐색하죠. 이후 자기소개도, 호감이 가는 이성을 향한 어필도 각자 방식대로 진행해 나가면서 눈길을 끕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보여주는 각자의 개성, 욕망으로 '빌런' 비판을 듣기도 합니다. 다만 이런 솔직한 날것의 모습은 타 연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요소가 분명한데요. '나는 솔로'에서 탄생한 최종 커플(최커)은 물론 현실 커플(현커), 결혼 커플(결커)도 다수라는 점도 진정성의 매력을 더하죠.

▲(출처=쿠팡플레이 캡처)
▲(출처=쿠팡플레이 캡처)

출연진 다채로워진 방송가…그러나 논란도 끝없이 '파묘'

최근 방송가는 여느 때보다 다채로운 출연자들로 눈길을 끕니다. 기존 방송의 주축이 됐던 공채 코미디언, 탤런트들은 물론 아나운서에서 예능인으로 변신한 방송인, 유튜버나 스트리머(BJ) 같은 인터넷 방송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인플루언서, 여기에 시민들까지 합세해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죠.

이 중에서도 특히 비연예인 출연자들은 우승, 결혼 등에 대한 정제되지 않은(?) 열정을 보여주며 안방극장에 깊은 몰입감까지 선사합니다. 생각도, 욕망도 우리와 다르지 않아 깊은 공감과 이해도 자아내죠. 제작진 입장에선 기존 이미지가 탄탄한 유명 연예인이 아니기에, 호기심과 새로운 재미를 더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와도 같습니다.

그러나 빛이 있다면 그림자도 있는 법. 최근 비연예인이 출연한 인기 예능은 대다수가 구설에 올랐습니다.

기수마다 빌런 출연자로 시끌벅적한 '나는 솔로'는 최근 '방방봐'(방송은 방송으로 봐)할 수 없는 논란이 터졌습니다. 이제 막 첫 방송을 시작한 23기 여성 출연자에게 전과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 건데요. 성매매 빙자 절도, 연프가 아닌 뉴스에서나 볼 법한 충격적인 혐의였죠.

여태까지 여러 일반인 출연자 논란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던 '나는 솔로' 측도 이번엔 달랐습니다. 방송 하루 만에 재방송 및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다시 보기 서비스를 중지하고 통편집을 결정한 겁니다. 넷플릭스, 티빙 등 '나는 솔로'가 서비스되는 OTT에서는 23기 첫 회인 173회 러닝타임이 1시간 30분에서 1시간 8분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그야말로 '편집 공장'을 바삐 돌린 셈이죠.

제작사 촌장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31일 공식 입장을 내고 "30일 23기 첫 방송에서 '나는 솔로' 출연자의 13년 전 범죄 이력에 대한 의혹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불거지면서 논란이 됐고, 제작진은 사안이 중대함을 인식해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조치해 방송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해당 출연자는 1일 방송된 JTBC '사건반장'을 통해 "형법상의 죄를 저질러 남에게 피해를 준 적이 없다"며 "불송치 결정, 불기소 처분 증명원을 떼려고 변호사와 준비 중이다. 조만간 반박 자료를 낼 예정"이라고 전해 눈길을 끌었죠.

'흑백요리사'는 진작 종영한 게 다행일 지경(?)입니다. 먼저 트리플스타(본명 강승원)은 사생활 폭로가 터졌는데요. 여기에 1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레스토랑 공금을 횡령한 의혹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한 상황입니다.

앞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트리플스타 전처의 폭로가 있었다"며 "트리플스타가 레스토랑 공금 일부를 자기 부모님에게 보낸 정황을 뒤늦게 파악해 이혼까지 하게 됐다고 전처가 주장 중"이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해당 네티즌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트리플스타의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 강남경찰서에 수사 의뢰했다"고도 밝혔죠. 경찰은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한편 트리플스타가 실제 레스토랑 공금을 횡령했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입니다.

여기에 '비빔대왕'(본명 유비빔)은 돌연 자신의 SNS에 사과문을 게재했습니다. 과거 구청에 신고하지 않고 조리기구 등을 갖춰 불법 영업을 한 혐의(식품영업법 위반)로 기소돼 2015년 징역 8개월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경된 사실을 털어놓은 건데요. 그는 이전에도 관련 법을 위반해 여러 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전해졌죠.

그는 "어떤 이유로든 법을 어기는 것은 정당화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일반인이었던 제가 갑작스럽게 이목이 쏠리는 상황에서 저와 아내는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면서 운영하던 식당을 전시·공연 장소로 무료 개방하고 이전한 식당에서는 합법적인 운영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죠.

백수저 이영숙 나경버섯농가 대표는 2010년 4월 1억 원을 빌렸으나 14년째 갚지 않았다는 '빚투'가 제기됐는데요. 이 대표 측은 "서로 입장 차이가 있다. 돈을 빌린 것은 맞지만 일부 갚았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이외에도 JTBC 시니어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끝사랑'의 한 남성 출연자에 대한 사생활 폭로가 나오면서 제작진이 통편집 결정을 하는 등 파문이 수두룩했습니다.

▲(출처=유튜브 채널 '촌장엔터테인먼트TV')
▲(출처=유튜브 채널 '촌장엔터테인먼트TV')

문제는 '편집 공장'뿐 아니다…"업계 적극 대응 필요"

이 같은 논란은 방송 진행에 직접 타격을 준다는 겁니다. 논란에 침묵한 채 문제의 출연자를 그대로 기용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최악의 경우 '시청자와의 기 싸움'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죠.

문제는 방송가에서 사전 제작이 일반화됐다는 겁니다. 출연자들이 각종 사건·사고를 일으켜도 중도 하차나 교체는 어렵다는 뜻인데요. 출연자 논란의 심각도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결국 제작진 입장에선 분량을 최대한 덜어내는 게 사실상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러나 문제의 출연자 분량이 많고 전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경우 개연성까지 해칠 우려가 있습니다. 실로 20여 분의 분량을 덜어낸 '나는 솔로' 23기 1화에 대해선 "문제의 출연자를 편집하면서 다른 출연자들도 같이 편집했다. 출연진들 성격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는데 아쉽다"는 반응이 속출했죠.

다만 제작진 측을 이해한다는 여론도 숱했습니다. '나는 솔로'는 출연하기까지 서류 신청-전화 면접-대면 심층 면접 등의 과정이 진행되는데요. 이때 나이부터 학력, 직장, 거주지 등에 대한 질문이 나오곤 합니다. 출연자들은 졸업 증명서 등 각종 서류도 제출하면서 제작진 측의 '검증'에 응합니다. 그런데도 출연자 논란이 불거진 건 방송 차원의 검증이 뚜렷한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셈입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반인이 출연하는 예능에 있어서 제작진의 철저한 검증 노력은 이제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방송 측에만 모든 책임을 묻는 건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인데요. 방송에 장애가 될 만한 논란을 고의로 숨긴 채 출연하는 이들을 방지하기 위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한 예능 관계자는 "일반인 출연자는 고정적인 이미지가 아닌 새로운 이미지로 호기심과 재미를 줄 수 있다"면서도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는 연예인들에 비해 사전 정보가 부족해 본인의 주장에 의존해야 할 뿐 아니라 업계 내 검증도 어려워 '양날의 검'과도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예능은 드라마, 영화와 비교했을 때 촬영부터 공개까지 텀이 평균적으로 짧은 편이다. 이는 출연자 논란에 분량 조절, 하차 등 결정을 보다 빨리 내려야 한다는 뜻"이라며 "출연자 귀책으로 방송에 차질이 생길 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사실 등을 사전 고지하고 실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송 제기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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