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때문에 사고, 또 망설인다?…더본코리아 직원들이 우리사주 포기한 이유[이슈크래커]

입력 2024-10-3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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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28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더본코리아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28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더본코리아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더본코리아에 대박이 터졌습니다. 29일까지 진행된 공모주 청약에서 12조 원에 달하는 증거금을 끌어모은 건데요. 기업공개(IPO) 시장이 영 기지개를 켜지 못하는 상황에서 '백종원'이라는 이름값이 효과를 거둔 것 같습니다.

백 대표가 1994년 설립한 더본코리아는 빽다방, 홍콩반점, 새마을식당 등 25개의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내 점포 수는 약 2900개로,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단단한 입지를 자랑하죠.

더본코리아의 강점은 뭐니뭐니해도 백 대표 자체일 겁니다. 백 대표의 이름을 내세운 브랜드들은 각기 다른 콘셉트와 메뉴로 수익을 창출해왔는데요. 백 대표도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아나가면서 브랜드 이미지는 더욱 강화됐죠. 다수 예능 프로그램에서 '외식 산업 전문가'로 자리매김하면서 기업의 브랜드 파워까지 끌어올린 겁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요리 서바이벌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 출연해 예리한 입맛, 해박한 지식을 자랑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 덕분인지, 이번 일반 청약 경쟁률도 770대 1을 넘으면서 흥행에 성공했는데요. 동시에 일각에선 우려의 시선도 보내고 있습니다.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우리사주 청약에서 실권주가 발생한 데 따른 시선인데요. 백 대표의 이름값이 왜 기업 내부에서는 통하지 않은 걸까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28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더본코리아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기업 미래 비전 발표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28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더본코리아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기업 미래 비전 발표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시들한 IPO 시장에 백종원이 떴다…증거금에만 11조8000억 원 모여

1994년 설립된 더본코리아는 외식 프랜차이즈 기반의 외식 사업과 가정간편식(HMR), 가공식품과 소스 등 다양한 제품을 제공하는 유통 사업, 제주도 더본호텔을 통한 호텔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앞선 2018년 상장을 추진한 적이 있었는데요.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계획을 연기했습니다. 이후 창립 30주년을 맞은 올해 다시 상장에 도전하며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을 모았죠.

백 대표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상장을 통해 가맹 사업을 해외로 확장하고 점주와 상생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는 "고물가 시대에 외식업에서 어떻게든 물가를 억제하고 마지노선을 잘 지키는 기업으로 남고 싶다"며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 기업이 공개돼야 하고 투명하게 경영돼야 한다"고 강조했죠.

3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전날까지 진행된 더본코리아의 일반투자자 청약 경쟁률은 772.8 대 1을 기록했습니다. 이에 따른 증거금으론 11조8038억 원이 모였는데요. 증거금은 희망하는 매수 금액의 50%를 주식 계좌에 넣어두는 겁니다. 그 금액이 많을수록 실제 주식을 구매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해석되죠.

청약 건수는 67만3421건, 청약 수량은 6억9551만9240주로 집계됐습니다.

더본코리아는 앞서 진행된 수요 예측에서도 국내외 2216개 기관이 참여해 경쟁률 734.67 대 1을 기록하는 등 일찍이 흥행을 예고하고 나섰습니다. 더본코리아의 확정 공모가 3만4000원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4918억 원 수준입니다.

이에 증권가에선 더본코리아의 상장을 기점으로 공모주 시장에 다시 불이 붙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하고 있습니다. 주식 투자자들의 소액 투자로 인기를 끌던 공모주 시장은 최근 공모가 대비 저조한 주가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30개 종목이 상장했지만, 이 가운데 다수가 공모가 대비 낮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달 들어선 18일까지 클로봇, 씨메스 등 9개 종목이 새롭게 상장했는데, 단 2개 기업만이 공모가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입니다. 특히 클로봇은 상장 첫날 주가가 공보가 대비 22% 폭락한 바 있죠.

여기에 5조 원 이상의 몸값을 목표로 했던 케이뱅크가 상장 계획을 철회하면서, 더본코리아는 올해 하반기 투자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종목으로 떠오른 상황이었습니다. 빽다방부터 홍콩반점, 새마을식당, 한신포차, 롤링파스타, 연돈볼카츠 등 대중적 인기와 인지도가 큰 브랜드 다수를 보유하고 있는 건 물론이고, 백 대표가 출연한 '흑백요리사'의 흥행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왔죠.

▲5월 28일 오후 서울시의 한 빽다방 매장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뉴시스)
▲5월 28일 오후 서울시의 한 빽다방 매장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뉴시스)

실권주 대량 발생, 무슨 일?…'백종원 원툴' 기업의 우려

그러나 주목할 점도 있습니다.

애초 더본코리아는 일반 청약 물량으로 75만 주를 배정했습니다. 그러나 29일 청약 물량이 90만 주로 늘어났는데요. 공모가 3만4000원으로 계산할 경우 약 51억 원어치의 공모주가 추가 배정된 겁니다.

이는 28일 우리사주조합 청약에서 실권주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더본코리아 직원들이 각자 앞으로 배정된 인수권을 포기하면서 주식이 일반 공모 물량으로 전환됐다는 뜻이죠.

증권 인수 업무 규정을 보면 우리사주조합 청약이 목표 물량을 채우지 못하면 우리사주 조합원의 청약 수량을 제외한 물량을 총 공모주식(300만 주) 5% 안에서 일반 청약자에게 배정할 수 있습니다.

이에 기업의 사업 구조나 지분 등에서 비롯된 특이점이 우려를 자아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실제로 더본코리아가 상장 흥행을 거두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습니다.

일단 백 대표 자체가 기업 이미지와 연결된다는 점은 기대와 우려 모두 자아냅니다. 대중적 인지도와 인기가 높다는 점은 매력적인 투자 요소가 될 수 있지만, 되레 브랜드 운영에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죠. 백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기자간담회에서 "투자설명회(IR) 시작 일주일 전 종합검진을 받았지만 전혀 건강에 문제가 없다. 또 이 나이에 사고를 쳐서 뭐하냐. 자연 발생 사고 말고는 일단 없을 것"이라고 농담을 던졌습니다.

통상 식음료(F&B) 기업이 증시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영향도 반영됐을 것이란 의견도 있습니다. 최근 15년간 6곳의 F&B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상장했는데, 현재 정상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기업은 교촌에프앤비뿐입니다. KG할리스에프앤비, 맘스터치, 디딤이앤에프 등은 모두 상장 폐지되거나 거래가 정지됐죠. 이디야, 투썸플레이스 등 커피 전문점도 상장에 도전하려다가 고배를 마셨습니다.

무엇보다 큰 리스크로 거론되는 건 더본코리아의 사업 구조입니다. 더본코리아는 25개 브랜드를 갖고 있지만, 일부 프랜차이즈에 매출을 의존하고 있습니다. 커피 전문점 빽다방은 올해 상반기에 789억 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더본코리아 전체 매출(2213억 원)의 37%가량을 책임졌습니다. 홍콩반점은 12%가량으로 나타났죠. 두 개 브랜드가 더본코리아 매출 절반을 맡은 셈입니다.

특히 빽다방의 경우 2021년 이후로 해마다 매장을 200개 이상씩 늘리고 있지만, 저가 커피 브랜드 4개(메가MGC커피·컴포즈커피·빽다방·더벤티) 중에선 점유율이 18.9%로 3위에 그쳤습니다. 특정 브랜드에 대한 높은 매출 의존도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위험 요소인데, 최근엔 저가 커피 브랜드들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경쟁사도 폭발적으로 늘어나 사업 안정성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유정 한화증권 연구원은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의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성장 둔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죠.

여기에 △공모에 참여한 기관 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률이 10.2%로 낮은 편인 점 △연돈볼카츠와 가맹 점주들의 분쟁 등 가맹 사업자 관리 문제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물가 △높게 산정된 공모가 등이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더본코리아의 직원 수가 적어 물량을 소화하기 힘들었다고도 보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28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더본코리아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28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더본코리아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증권가 전망은?…"적정 주가 4만5000원, 단기 변동성은 클 듯"

일단 더본코리아는 수요 예측은 물론 일반 청약에서도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다음 달 6일 유가증권(코스피) 시장 상장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관심은 '상장 이후 주가'에 쏠렸는데요. 특히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 2배의 시초가 달성 후 상한가)을 기록할지도 주목됩니다.

상장 이후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지만, 더본코리아의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습니다.

30일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가 밴드 2만3000~2만8000원 상단을 21% 상회한 공모가로 결정됐다"며 "더본코리아의 내년 실적 전망치에 글로벌 프랜차이즈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30배를 30% 할인한 20배 적용 시 적정 주가는 4만5000원으로 32%의 상승 여력이 있다"고 봤는데요.

이어 "국내는 멀티브랜드의 전략과 가성비 강점, 신메뉴 개발 및 리뉴얼로 안정적 가맹사업을 영위하며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다"며 "해외는 K푸드에 대한 글로벌 관심을 활용해 본가, 홍콩반점, 새마을 식당 등 한식 브랜드를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빠르게 확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음식료 평균과 다른 프랜차이즈 교촌에프앤비의 PER을 고려하면 높은 수준으로 단기 주가 변동성이 클 전망"이라고 짚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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