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다시 실험대에 오른 재택근무제

입력 2024-09-2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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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최근 전직원에 대해 내년 1월부터 사무실로 복귀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팬데믹 이후 주 2~3일 출근제가 정착돼 가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나온 이번 조치로 재택근무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35만 명의 직원과 창고직 등 100만 명이 넘는 현장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세계 최대 고용주이자 기술대기업의 간판격인 아마존의 이 같은 파격적인 근무형태 전환은 동종업계에 막대한 파장을 불러 올 것으로 예상된다.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출근 근무로 회귀할지에도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마존의 결정은 생산성 향상과 직원 간의 협력과 기업문화 유지에 출근 근무가 더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 15개월간 주 3일 출근제를 실시해본 결과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 문화를 지켜 가기 위해선 불가피하다는 결론인 셈이다. 직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메타, 애플 등 다른 대형 기술회사가 주 2~3일 출근제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인재유출이 심해질 것이고, 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아마존 재택 폐지…MS는 100% 재택 확대

이를 예견이라도 한 것일까. 마이크로소프트는 아마존 발표 직전 대대적인 원격근무 직원 채용에 나섰다. 인공지능(AI) 전문가부터 마케팅 관리자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530여 개 직종에 이르는 데다 100% 원격근무 방식이다. 팬데믹 초기부터 개방형 근무형태를 선도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아마존과 정반대 길을 택했다. 직원의 잠재력을 키우고 포용력을 넓힘으로써 ‘하나의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기업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개방형 근무방식이 더 적합하다고 본 것이다.

재택근무를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단정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그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했다고 잘못 알려진 마리 앙투아네트의 말을 인용, 재택근무라는 헛소리로 도덕적 우월감에 빠져 있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정작 회사는 최근 재택근무 사원 모집 공고를 냈다. 일선 경영자들은 전원 현장 복귀 방침을 택할 경우 조직 유연성이 떨어지고 인재를 놓칠 우려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근무방식은 사업내용과 직종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팬데믹 이후 기업들은 수시로 방침을 바꾸었다. 근무형태를 두 번 이상 바꾼 기업이 40%나 된다는 조사도 있다. 지난 4년여간 시행착오를 거쳐 대체로 주 2~3일 출근제가 정착돼 가고 있지만, 기업들은 저울질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일로 인한 스트레스에는 차이가 거의 없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일 때문에 지친다는 반응은 사무실 출근자(27%)와 재택근무자(24%) 모두 비슷하게 나타났다. 직원들의 만족도와 충성심, 생산성을 좌우하는 건 근무방식보다 보수나 기업문화 등 다른 변수가 더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재택근무 35%…새로운 근무형태 정착

재택근무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근무형태로 자리잡았다. 회사가 방침을 정하고 직원들이 이를 수용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거꾸로 근로자들이 원하는 근무방식을 정하고, 그에 맞는 회사를 선택한다. 최근 델이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으면 승진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하자, 직원의 절반이 “승진보다 재택근무를 택하겠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출퇴근 시간과 비용이 덜 들고, 이른 바 ‘워라밸’ 즉 일과 삶의 질 간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원격근무에 이미 익숙해진 직원들 입장에선 어쩌면 당연한 반응인지도 모른다.

퓨리서치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원격근무가 가능한 근로자의 35%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팬데믹 초기 55%에 비해서는 다소 줄었지만 팬데믹 이전의 7%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재택근무를 돌이키려면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방법밖에 없다. 아마존의 시도가 성공할지 궁금하다. 이제는 ‘어디에서 일하느냐’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일하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다.

wanseob.k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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