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수집 과정서 스토커로 몰리기도
직장 내 괴롭힘 역이용해 조사 지연
개인정보 보호 지나치게 까다로워
애매한 법 적용에 법원 판단 중요
“정부‧기업 모범사례 정착 유도해야”
최근 내부조사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흔히 겪고 있는 문제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이다. 조사대상자가 조사 과정에서 강압이나 부당한 대우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조사자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한다.
직장 내 괴롭힘 제도는 근로자의 인권 보호에 크게 기여했지만 제도적으로 미비한 부분이 있다. 이 중 하나가 누가 어떠한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더라도 회사가 반드시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예컨대 누가 보더라도 신고에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하더라도, 사용자는 지체 없이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실시하고 분리조치나 유급휴가 등 신고자 보호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실시할 법적 의무가 있다.
회사가 이러한 조치를 아무리 신속히 진행하더라도 비위행위 조사는 불가피하게 지연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비위행위 조사 담당자를 교체하더라도, 조사대상자가 계속해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게 되면 조사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작은 회사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가 결국 자신을 제외한 전 직원을 신고한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내부조사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법 문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업무용 PC, 휴대전화, 기타 자료를 회사가 조사하거나 제출 받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법상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는 항상 문제가 된다.
동의서를 받더라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가령 한 기업에서는 조사자가 조사대상자로부터 개인정보 제공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동의를 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을 조사대상자가 문제 삼아 이를 신고하겠다고 위협한 일이 있었다.
대기업의 경우 그룹 차원에서 비위행위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통해 접수된 비위행위 제보를 계열회사 간에 전달하거나 조사결과를 그룹에 보고할 때에도 개인정보 제3자 제공이 문제가 된다. 기업이 외부 기관에 조사 업무를 위탁할 경우에는 개인정보 처리 위탁 절차가 문제 된다.
증거 수집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비위행위는 회사 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어서 회사 직원이 외부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 기밀자료나 금품을 주고받는다는 제보를 받는 경우가 있다.
이 때 감사팀 직원이 몰래 따라가서 금품을 주고받는 장면을 카메라로 촬영하면 어떻게 될까?
최근 감사팀 직원들이 걱정하고 있는 문제는 스토킹처벌법이다. 스토킹처벌법은 원래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을 따라다니거나 지켜보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으로 기업의 비위행위 감사를 처벌하기 위한 법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당한 이유 없이’라는 문구의 모호함으로 인해 실제 감사팀 직원들은 고소‧고발 및 형사처벌의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조사대상자와의 면담 과정도 문제가 된다. 비위행위 조사를 하려면 밀폐된 공간이 필수라고 말하는 감사 담당자를 만난 적이 있다. 창문이 없고 불필요한 물건이 없는 방에서 집중적으로 면담을 해야 진행이 원활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관행이 문제의 소지가 되기도 해서, 최근에는 내부조사 과정에서 ‘감금’됐다고 조사 담당자를 감금죄로 고소하는 경우가 있었다. 결국 사건은 무혐의로 종결됐지만 조사자들이 경찰에 불려가 고초를 겪어야 했다.
감사팀이라도 법을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조사 과정에서 법위반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1차적으로 조사 담당자의 몫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많은 경우 법령이 애매하기 때문에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분명하지 않아 문제가 된다.
모든 경우 몸을 사려서도 안 되지만, 담당자 개인에게 위험을 감수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법원의 분명한 판단도 필요하지만, 정부와 기업이 모범적 업무사례를 만들고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