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그리고 성공’…현대차그룹 글로벌 톱3 만든 정의선 회장 [CEO 탐구생활]

입력 2024-09-0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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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입사 이후 기아, 현대차서 혁신 지속
‘디자인 기아’, ‘제네시스’ 등으로 경영 능력 입증
‘모빌리티 사업자’ 전환 선언…또 다른 성공 겨냥

▲<YONHAP PHOTO-0684> 현대자동차그룹, 2024년 신년회    (광명=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3일 오전 경기도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2024년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2024.1.3    yatoya@yna.co.kr/2024-01-03 08:31:53/<저작권자 ⓒ 1980-202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연합뉴스)
▲<YONHAP PHOTO-0684> 현대자동차그룹, 2024년 신년회 (광명=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3일 오전 경기도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2024년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2024.1.3 yatoya@yna.co.kr/2024-01-03 08:31:53/<저작권자 ⓒ 1980-202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연합뉴스)

'혁신과 도전, 미래와 성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영 철학을 관통하는 핵심 단어들이다.

정 회장은 내달 14일 회장 취임 4주년을 앞두고 있다. 정 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그룹은 2022년 처음으로 글로벌 톱3(판매량 기준)에 진입한 뒤 3년 연속 3위를 지켜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실무자 시절부터 눈에 띄었던 정 회장의 경영 능력이 빛을 발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1993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입사한 정 회장은 이후 샌프란시스코 대학교 MBA, 이토추상사 등을 거친 뒤 1999년 현대자동차 국내영업본부로 돌아왔다. 이사로 시작한 현대차에서 상무, 전무, 부본부장을 거쳐 6년 만인 2005년 기아자동차 사장 자리에 올랐다.

당시 기아의 사정은 좋지 못했다.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지 약 7년이 지났음에도 현대차와의 차별화 등 과제를 해결하지 못해서다. 정몽구 당시 현대차그룹 회장(현 명예회장)은 아들인 정 회장(당시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발령하며 막중한 과제를 맡겼다. 정 회장이 사장으로 취임한 뒤에도 기아는 2006년부터 2년간 적자를 기록하는 등 주어진 과제도 쉽지 않았다.

정 회장은 우선 제조·설계 원가 절감에 주력했다. 기본적으로 지출 구조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어 정 회장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디자인 경영’이다.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 있는 디자인 역량이 브랜드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정 회장은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피터 슈라이어 폭스바겐 디자인 총괄을 영입하기 위해 직접 독일을 찾는 등 큰 공을 들였다. 결국 피터 슈라이어는 2006년 기아에 합류,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기아의 ‘타이거 노즈 그릴’ 등 패밀리룩을 만들어 ‘디자인 기아’의 서막을 올렸다.

▲[광명=뉴시스] 김명년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3일 오전 경기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2024년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2024.01.03. kmn@newsis.com (사진제공=뉴시스)
▲[광명=뉴시스] 김명년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3일 오전 경기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2024년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2024.01.03. kmn@newsis.com (사진제공=뉴시스)

기아의 체질 개선에 성공한 뒤 부회장 직급으로 2009년 현대차로 돌아온 정 회장은 현대차에서도 또 한 번의 혁신에 나섰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출범이다.

정 회장은 대중 브랜드 이미지가 강했던 현대차에 ‘고급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향후 유수의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와 대등하게 경쟁하기 위해서는 ‘현대차’가 아닌 상위 브랜드가 있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를 위해 아우디,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을 거친 자동차 디자이너 ‘루크 동커볼케’를 2015년 영입했다.

제네시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도 빠르게 거뒀다. 2015년 11월 출범한 제네시스는 지난해 9월 글로벌 시장에서 누적 100만 대 판매를 돌파했다. 출범 7년 10개월 만에 거둔 성과다.

두 번의 굵직한 혁신을 통해 경영 능력을 입증한 정 회장은 2018년 수석부회장직을 맡아오며 사실상 그룹을 지휘한 끝에 2020년 10월 현대차그룹 회장에 올랐다.

회장에 취임한 뒤 정 회장은 숨 쉴 틈 없이 또 한 번 혁신 드라이브를 걸었다. ‘자동차 기업’이라는 딱지를 떼고 ‘미래 모빌리티’ 시대의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정 회장은 2021년 취임 후 첫 신년사부터 “2021년은 ‘신성장동력으로의 대전환’이 이뤄지는 한 해가 돼야 한다”며 미래 먹거리를 강조했다. 전기차·수소차는 물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중심차(SDV)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로보틱스 등 완성차 제조를 기반으로 모빌리티 사업자로의 진화를 선언한 것이다.

가장 먼저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난 분야는 전기차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월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의 글로벌 시장 전기차 누적 판매량이 150만 대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2011년 7월 국내에서 첫 양산형 전기차 ‘블루온’을 선보인 뒤 12년 만이다.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테슬라’의 본진인 미국에서도 좋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ㆍ기아는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를 약 5만5000대 판매하며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 현지 브랜드를 모두 제치고 전기차 판매 2위를 차지했다. 약 10%의 점유율을 차지한 양사는 4분기 현대자동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완공에 힘입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

단순히 판매량만 늘어난 것은 아니다. 전기차, 고급 브랜드 판매 확대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률도 글로벌 최상위권으로 뛰어올랐다. 현대차ㆍ기아의 올해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률은 10.7%로 도요타그룹(10.6%), 폭스바겐(6.3%) 등 톱3 완성차 업체 중에서도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대영제국 지휘관 훈장을 들고 콜린 크룩스(Colin Crooks) 주한 영국 대사와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대영제국 지휘관 훈장을 들고 콜린 크룩스(Colin Crooks) 주한 영국 대사와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정 회장은 이러한 실적을 바탕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계로부터 연이어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영국 오토카 어워즈 ‘이시고니스 트로피’(2021년) △미국 뉴스위크 ‘올해의 비저너리’(2022년) △미국 오토모티브 뉴스 ‘자동차 산업 올해의 리더’(2023년) 등 매년 굵직한 수상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영국 찰스 3세 국왕 즉위 이후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대영제국 지휘관 훈장’을 수훈하며 한-영 간 경제·문화 협력에 공헌한 점을 인정받았다. 특히 이 훈장은 1977년 정주영 선대회장이 수훈한 것과 같은 훈장으로 그 의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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