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 유명 커피 브랜드들이 한국 커피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해외 커피 업체들에겐 ‘커피 공화국’으로 불리는 한국이 매력적인 시장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국내 커피 시장은 점유율 1위인 스타벅스코리아(스타벅스)와 가성비를 앞세운 저가 커피 브랜드들이 버티고 있어 후발 주자들의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해외 커피 브랜드들은 고급화 전략으로 틈새시장을 노리겠다는 계산이다.
8일 식음료업계에 따르면 해외 유명 커피 브랜드들이 한국에 매장을 내고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 바샤커피는 지난달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국내 1호점을 열고 손님맞이를 시작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9월 국내 프랜차이즈 및 유통권 단독 계약을 체결하고 바샤커피를 국내에 들여왔다.
모로코에서 탄생한 바샤커피는 프랑스, 홍콩, 두바이 등 세계 각국에 매장을 두고 있다. 바샤커피는 프리미엄 원두에 고급스런 패키징으로 ‘커피계 에르메스’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한국 매장 오픈 전엔 국내 소비자들 사이 해외 여행 시 꼭 사야 하는 아이템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연내 명동 본점에 2호점, 내년 초에는 잠실점에 3호점을 열 예정이다.
미국 3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인텔리젠시아’도 올해 2월 서울 서촌에 1호점을 낸 뒤, 7월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추가 출점했다. 미국 패션 브랜드 랄프로렌의 커피 브랜드 랄프스 커피는 5일 강남구 가로수길에, 북유럽 3대 커피로 꼽히는 노르웨이 커피 브랜드 푸글렌은 올 하반기에 매장을 열 예정이다.
이들 커피 브랜드들은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스타벅스와 저가 커피 브랜드 등 두 축이 양분하고 있는 시장을 고급화를 통해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고품질의 스페셜티 커피가 주력인 인텔리젠시아는 매 시즌 한정판 원두를 선보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바샤커피는 국내 매장 오픈 당시에도 비싼 가격으로 화제를 모았다. 200여 종의 100% 아라비카 원두를 취급하는 바샤커피는 한잔에 1만 원이 훌쩍 넘고, 팟(주전자) 350㎖ 기준 48만 원에 달하는 커피도 판매하고 있다.
해외 유명 커피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충성 고객이 두터운 스타벅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견고한 데 다, 고물가로 저가 커피가 큰 인기를 끌면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저가 커피 브랜드인 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빽다방, 더벤티의 매장 수는 8000개를 돌파했다.
앞서 한국에 진출한 미국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도 초반 인기와 달리 고전하는 모습이다. 2019년 5월 1호점 오픈 당시 연일 오픈런이 이어지면 뜨거운 반응을 얻었지만, 현재 인기가 시들해지며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블루보틀의 지난해 영업이익 19억4600만 원을 전년 동기보다 16.6%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기존 브랜드들과 차별화된 ‘킬러 콘텐츠’ 없이는 해외 커피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 파이를 키우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 커피 시장이 상당히 포화된 상태인 만큼 후발 주자들이 매장을 확대하고 점유율을 높여가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킬러 콘텐츠가 필요한데, 신규로 진입하는 해외 브랜드는 신규 오픈 효과에 따른 이목은 끌 수 있지만 시장을 뚫을만한 요소가 부족하다. 한국에 진출하는 해외 브랜드의 성공 여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