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문제로 다툰 끝에 진검(일본도)을 휘둘러 이웃을 살해한 70대 심모 씨에게 징역 25년의 중형이 확정됐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최근 살인,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상고심에서 징역 25년과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10년 부착 명령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사건의 발단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심 씨는 과거 ‘고령의 무술인’, ‘노인 검객’ 등으로 여러 차례 방송에 출연했던 인물로, 경기 광주시의 한 빌라에 거주하고 있었다.
심 씨는 같은 건물에 사는 빌라 반장 A 씨와 주차금지판 설치, 폐쇄회로(CC)TV 수리 문제 등으로 이미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러던 중 1톤 화물차를 운전하는 A 씨가 주차구역이 아닌 건물 옆 벽면에 차를 대기 시작하면서 둘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심 씨의 집이 A 씨가 차를 주차해 둔 곳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 주차해 달라는 수 차례의 요구에도 A 씨가 계속 같은 곳에 주차하자 심 씨는 자신이 무시당한다고 생각했다.
사건은 지난해 6월 22일 일어났다. 이날새벽 5시경 심 씨는 건물 CCTV 작동을 중단하고 자신의 차에 있는 블랙박스 전원도 껐다. 이후 차를 공동현관문 앞으로 옮겨 A 씨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심 씨는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선 A 씨를 발견하자 차에 있던 진검을 꺼내 휘둘렀다. A 씨는 양 손목과 복부 등 신체 여러 부위를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같은 날 오후 3시 17분경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
지난해 10월 1심 법원은 심 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소한 시비를 이유로 미리 소지하고 있던 도검을 이용해 피해자를 계획적으로 살해했다”며 “범행 방법이 상당히 잔혹하고 피고인에게는 살인 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검찰과 심 씨 모두 항소했지만, 올해 5월 2심 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수원고법은 “원심에 사실오인의 잘못이 없고 징역 25년의 선고형이 부당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역시 심 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증거채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징역 25년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