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염정아 이어 임영웅까지…이들이 '촌스러움'을 즐기는 이유 [이슈크래커]

입력 2024-08-0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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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tvN '언니네 산지직송', 임영웅 공식 인스타그램, 에스파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출처=tvN '언니네 산지직송', 임영웅 공식 인스타그램, 에스파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가을을 알리는 절기인 입추(立秋)가 찾아왔습니다. 가을로 들어선다는 뜻이지만, 전국에 찜통더위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곳곳에 소나기까지 내리는 변덕스러운 날씨도 이어지면서 피로감을 높이고 있죠.

이에 무더위를 피해 떠나는 피서도 한창입니다. 계곡과 바다에서 시원한 물놀이를 즐기거나 시원한 산 공기를 마시면서 캠핑을 즐기는 등 그 형태도 다양한데요. 최근에는 한적한 시골에서 바캉스를 즐기는 '촌캉스'(시골(村)+바캉스)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선 '촌캉스' 해시태그가 10만1000개를 넘습니다. 넓게 펼쳐진 논밭, 평상 위에 놓인 수박, 정원을 뛰노는 반려견 등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영상을 볼 수 있죠. 밀짚모자와 '몸빼바지(일바지)'도 빼놓으면 서운합니다.

방송가에서도 촌캉스는 인기 소재입니다. 시골을 배경으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파일럿 방송부터 여행 예능, 노동(?) 예능, 그리고 아이돌 그룹의 '자컨(자체 콘텐츠)'까지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촌캉스, 코로나19 이후 급부상…인기 비결은?

촌캉스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할 시점이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으로 국내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은 물론 국가 간 이동 제한까지 생기면서 여행에도 제동이 걸렸는데요. 당시 상황상 대중교통이 아닌 자차로 이동할 수 있고, 인파가 적어 한적한 농촌에서의 휴식이 주목받은 겁니다.

그런데 팬데믹 이후에도 촌캉스의 인기는 줄어들지 않았는데요. 되레 유명 관광 명소를 찾는 '뻔한 여행'이 아닌 특별한 여행 문화로 급부상했습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로컬 여행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고 특별한 장소, 숨은 맛집이나 명소를 찾는 여행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즐기고 싶어 하면서도 특별한 경험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욕구에 촌캉스가 딱 맞아떨어진 데다가, 젊은 세대에게 전통적인 것들이 '힙'한 요소로 여겨지는 분위기도 한몫한 것으로 보이죠.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6월 '촌캉스' 검색량은 2021년 6월과 비교해 무려 15배 급증했습니다. 또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엠아이가 지난달 전국 성인(20~6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응답자 중 30.2%가 올해 여름휴가 때 '도심에서 벗어나 시골에서 자연을 즐기며 현지 경험을 할 수 있는 촌캉스'로 보내겠다고 답했죠. 미디어에서 촌캉스를 소재로 하는 예능이 인기를 끄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는 겁니다.

▲(사진제공=tvN '언니네 산지직송')
▲(사진제공=tvN '언니네 산지직송')

한적한 어촌마을에 염정아가 떴다…힐링에 케미까지 '가득'

촌캉스 예능이라고 하면 통상 복잡한 도시를 떠나 한적한 시골 마을에 자리를 잡은 출연자들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나영석 PD의 tvN '삼시세끼' 시리즈가 대표적인데요. 각종 농작물을 수확해 요리해 먹는 모습까지 담으면서 '소소한 재미', '밥 친구'로 인기를 끌고 있죠.

지난달 방송을 시작한 '언니네 산지직송'도 유사한 형식입니다. 한적한 남해 어촌마을에 자리를 잡고 현지 생활에 돌입하는 출연진의 모습이 그려지는데요. 이 같은 포맷의 예능은 이미 시청자들에게 익숙합니다. 게다가 고정 출연자인 배우 염정아는 '삼시세끼-산촌편'에 출연하기도 했고, 제작진 역시 '윤스테이' 등 나 PD표 예능을 거친 인물입니다. 냉정히 말해서 신선함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는 거죠.

그러나 첫 방송 이후 기대 이상의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첫 방송 3.4%(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의 시청률로 시작한 방송은 2회 만에 4.5%로 훌쩍 뛰었죠. 방송부터 지난 3회까지 남녀 2049 타깃시청률과 가구시청률 모두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으며, 디지털 조회 수도 7000만 뷰를 돌파하는 등 높은 화제성까지 챙겼습니다.

시골 마을에서 자급자족한다는 익숙한 형식임에도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얻고 있는 모습인데요. 그 비결 중 하나는 뚜렷한 캐릭터성으로 분석됩니다.

앞서 염정아는 '삼시세끼-산촌편'에서 든든한 맏언니로 맹활약하며 남다른 요리 실력까지 자랑했습니다. 한 번 팔을 걷어붙였다 하면 동네잔치를 벌여도 될 것 같은(?) 양의 음식을 뚝딱 만들어내 감탄을 자아냈는데요. 이번에도 술과 간식, 숙취 해소제 등을 캐리어에 야무지게 담아와 웃음을 안겼습니다.

여기에 사랑스러운 매력의 박준면, 첫 고정 예능에 도전한 안은진, 요즘 가장 '핫'한 방송인 덱스가 함께하면서 새로운 조합을 완성했죠. 특히 안은진과 덱스의 '남매' 케미스트리에 눈길이 쏠립니다. 2회 방송 말미에는 바다를 보러 간 두 사람이 입수를 걸고 즉석 대결을 펼치는 장면이 그려졌는데요. 이때 안은진이 도주를 시도하다 덱스에게 붙잡힌 모습은 웃음과 함께 시원한 여름 바다의 감성까지 전달하면서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습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각종 일거리도 흥미를 유발합니다. 제작진은 이들에게 "수확하고 직송할 일과 관련이 있다"며 주황색 작업복을 던져줬는데요. 이들은 멸치 털이 작업장으로 끌려가(?) 멸치를 골라내야 했죠. 요령을 피우거나 불만을 쏟아내는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이들은 충실히 일하면서 15만 원의 일당을 받으면서 생활비를 벌 수 있었습니다.

이후엔 아침 식사재료를 준비하거나 해수욕장에서 짧게나마 여유를 보내는 모습이 그려졌는데요. 어촌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 펼쳐지면서 힐링까지 선사했죠.

▲(출처=MBC '나 혼자 산다')
▲(출처=MBC '나 혼자 산다')

코미디언부터 걸그룹까지…방송가에 부는 촌캉스 '열풍'

방송인 전현무와 코미디언 박나래가 즐긴 촌캉스도 큰 화제가 됐는데요.

지난달 5일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에서는 약초 캐기에 나섰던 전현무, 박나래가 시골 민박집에서 평화로운 저녁을 보내는 모습이 전파를 탔죠. 이들은 꽃무늬 티셔츠와 가발을 착용한 채 인증 사진을 찍는가 하면, 등목을 하고 직접 캔 더덕과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촌캉스를 정석대로 즐겼습니다.

분위기에 취한 덕분이었을까요. 두 사람은 평소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까지 진솔하게 털어놓으면서 눈길을 끌었는데요. 이날 방송은 수도권 8.1%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고, 광고 관계자들의 주요 지표이자 채널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2049 시청률은 수도권 3.3%로 나타나며 동시간대 1위는 물론 금요일 전체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전현무와 박나래가 촌캉스에서 진심을 나눈 장면은 분당 시청률이 9.6%까지 치솟았죠.

이은지, 미미, 이영지, 안유진이 출연하는 tvN '뿅뿅 지구오락실'도 최근 스핀오프 '지락이의 뛰뛰빵빵'을 선보였습니다. 방송에서는 멤버들이 경기도 가평으로 바캉스를 떠난 모습이 그려졌는데요. 이들이 묵은 한옥 펜션은 고즈넉한 분위기와 아름다운 풍경으로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슈퍼스타들도 시골을 배경으로 하는 예능 열풍에 합류했습니다. 가수 임영웅은 지난달 배우 차승원, 유해진과 '삼세세끼-어촌편' 녹화를 진행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슈가 됐는데요. 임영웅은 녹화를 앞두고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서 "진심으로 즐거워하고 진짜 내 모습대로 사는 모습을 여러분께 가까이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죠.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진은 전역 후 첫 예능으로 MBC '푹 쉬면 다행이야'를 선택했습니다. 극한의 무인도에서 극락의 휴식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그리는 예능인데요. 진은 이연복 셰프와의 인연으로 녹화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죠. 이미 촬영을 마친 상태로, 공개를 앞두고 있습니다.

자체 콘텐츠도 넘칩니다. 정규 1집 '아마겟돈'(Armageddon)으로 강렬한 '쇠맛'을 보여준 그룹 에스파는 매회 다른 콘셉트의 파티를 즐기며 각종 로망을 실현하는 내용의 자체 콘텐츠 '에스파티'(aesparty)를 6월부터 8주에 걸쳐 에스파 유튜브 채널에 선보였습니다. 이들은 무대 위 강렬하고 세련된 이미지가 아닌 '자연인'과 같은 매력을 뽐냈는데요. 카리나가 입은 꽃무늬 조끼의 경우 브랜드와 가격 등 정보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확산하기도 했습니다.

▲(사진제공=tvN '언니네 산지직송')
▲(사진제공=tvN '언니네 산지직송')

'패떴'·'1박 2일' 있었는데…오늘날 차별점은 '휴식·소통'

시골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예능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새롭게 등장한 건 아닙니다. 이 같은 형식의 예능 중에선 SBS '패밀리가 떴다', KBS2 '1박 2일'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데요. 모두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자리를 잡고 한밤 묵는 형식의 예능입니다. 이 과정에선 각종 미션을 수행하는 출연진의 모습이 그려져 큰 웃음을 자아냈죠.

그러나 최근의 촌캉스 예능은 본격적인 미션이 아닌 휴식과 소통에 초점을 맞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물론 게임과 미션이 등장하지만, 주된 콘텐츠는 아닙니다. 카메라는 이들이 보내는 하루를 집중적으로 조명하죠. 이는 촌캉스 예능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데에 입담이 뛰어난 코미디언, 촘촘한 대본이나 고된 일정이 필수 불가결의 요소는 아니라는 걸 방증합니다.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여행도 쉽게 마음먹지 못하는 요즘. 에어컨 아래에서 보내는 휴식도 귀중한데요. 웃음은 물론 힐링까지 선사하는 촌캉스 예능의 인기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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