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앞두고 발표한 8월 수정경제전망 때도 “금리 충분히 내릴 수 있어”
8월 기준금리 동결 후 대통령실 “아쉽다” 이례적 입장 발표
민간 연구원에서도 “고금리 유지 적절성” 등 지적
한은 금통위 올해 10·11월 두 번 남아…9월 美 연준 완화 기조 ‘주목’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발표한 ‘경제동향 9월호’에서 ‘고금리’를 직격했다. ‘경제동향’의 서문인 ‘요약 및 평가’ 첫 문단에서 ‘고금리 기조’를 언급한 것이다. KDI는 “최근 우리 경제는 높은 수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기조로 내수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 개선이 제약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소매판매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는 문구도 담았다.
KDI의 ‘고금리 직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8월에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 자료에서 ‘전망의 위험요인’을 진단하면서 “대내적으로는 물가상승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는 경우 내수 회복이 지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기자간담회에서 ‘10월 인하론’을 묻는 말에 “8월에 금융통화위원회가 있기 때문에 그때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8월 금통위를 2주 앞두고 사실상 금리 인하 압박을 공개적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한은 금통위는 8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3.50%)를 전원일치로 동결했다.
그러자 대통령실에서 “금리 결정은 금통위의 고유권한이지만 내수 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고 이례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7월 금통위를 약 한 달 앞두고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다”고 언급한 데 이어 통화정책방향에 대한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낸 것이다.
당시 성태윤 실장의 발언에 대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정책실장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이 의견을 주시면 고려해서 금통위에서 결정하면 된다”라며 “하라고 하는 메시지가 아니라 정보를 주시는 것이라면 서로 다른 의견이라도 청취하고 정보를 사용하는 게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금리 결정은 금통위의 권한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8월 금리 동결 이후 민간 연구원에서도 기준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주요국 전망 보고서를 통해 “국내 통화정책은 대외적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기조 변화, 국내 물가 및 가계부채 문제 등을 충분히 고려해 신중한 운영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나,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역할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경제인협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도 “리스크 완화를 위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고금리 유지의 적절성을 합리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올해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통위는 10·11월 단 두 번 남았다. 이달에 미 연준이 베이비스텝(0.25%p 조정) 또는 빅스텝(0.5%p 조정)으로 금리를 내린다면, 한은은 10월에 피벗(통화정책 기조 전환)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고 있다.
한편, 현재 기준금리는 3.50%다. 작년 1월에 3.25%에서 3.50%로 인상한 이후 13회(작년 2·4·5·7·8·10·11월, 올해 1·2·4·5·7·8월) 연속 동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