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가 인수합병(M&A)과 연구개발(R&D)을 강화하며 희귀질환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블록버스터 항암제를 다수 보유한 항암 분야 강자에서 희귀질환 분야 리딩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최근 프랑스의 아몰리트 파마(Amolyt Pharma) 인수를 완료했다. 아몰리트 파마는 희귀·내분비계 질환 치료제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올해 3월 희귀질환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10억5000만 달러(1조4553억 원)에 아몰리트 파마 인수를 발표했다.
이어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달 15일(현지시간) 인수 완료 발표를 통해 “이번 인수로 3상 단계의 신약 후보물질인 에네보파라타이드(AZP-3601)를 확보해 자사의 희귀질환 사업부인 알렉시온(Alexion)을 강화했다”라고 밝혔다.
에네보파라타이드는 부갑상선 기능 저하증 치료용 펩타이드로, 부갑상선 호르몬(PTH)에 작용하는 주사제다. 알렉시온 역시 2021년 아스트라제네카가 사업 분야를 확장하기 위해 인수한 기업으로, 희귀질환 치료제 솔리리스, 울미리스, 스트렌식 등을 개발한 경력이 있다.
그간 아스트라제네카는 표적항암제 타그리소와 린파자, 면역항암제 임핀지 등 블록버스터 약물을 다수 출시해 항암 분야에서 선두 기업으로 자리를 굳혔다. 최근엔 다이이찌산쿄와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암제 엔허투를 공동 개발하고 출시하면서 신규 모달리티(치료접근법)로 ADC 기술력을 입증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희귀질환 치료제를 향후 신성장 동력 중 하나로 낙점하고, 공을 들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 시장 성장세도 긍정적이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분석 전문기관 이밸류에이트(Evaluate)의 2024 희귀의약품 보고서(Orphan Drug Report 2024)에 따르면 글로벌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 규모는 올해 기준 1850억 달러(256조2435억 원)로 추산되며, 2028년에는 약 2700억 달러(373조977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법인인 한국아스트라제네카도 글로벌 본사 정책에 맞춰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 2월 희귀질환 사업부를 출범했으며, 희귀질환 정보 플랫폼 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가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획득한 희귀질환 치료제는 면역 반응에 관여하는 보체인자5(C5) 억제제 울토미리스와 솔리리스, 저인산효소증(HPP) 치료제 스트렌식, 리소좀산 지질분해효소(LAL) 결핍증 치료제 카누마, 신경섬유종증 치료제 코셀루고까지 5종이다.
이 가운데 울토미리스는 이달 11일 시신경 척수염 범주질환(NMOSD) 치료 효과를 입증해 적응증을 확장했다.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PNH),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 전신 중증 근무력증(gMG) 등을 포함해 총 4개 적응증을 인정 받았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전문가는 “항암과 만성질환 등 포화상태인 분야와 달리 희귀질환 시장은 미충족 수요가 크고, 각 국가의 정부 차원에서 신약 R&D를 독려하는 분야”라며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 등 선진국 규제기관들이 희귀질환 신약 후보물질에 각종 혜택을 부여하고 있어, 향후 기업들의 선두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