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울리는 추석 연휴 ‘임금체불’…징벌적 손해배상이 답일까

입력 2023-09-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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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나흘 앞둔 24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이 명절성수품과 제수용품 등을 구매하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추석 연휴를 나흘 앞둔 24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이 명절성수품과 제수용품 등을 구매하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우리나라 정서상 사업주들이 명절 전에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는 경우가 많다.
명절 전후로 임금체불 신고가 급증한다.”
(김혜림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9월 4일 ‘체불임금 대책 마련 현장간담회’ 발언 중)

추석 연휴 등 명절에 급증하는 임금체불을 막기 위해 정부여당이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지난해보다 체불액이 증가하는 등 관련 통계는 매년 악화일로다.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에 체불액의 최대 3배까지 보상하도록 하는 법안들이 다수 발의됐지만, 국회는 2년 넘게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임금체불액은 8232억원으로 전년 동기(6655억원)와 비교해 23.7% 증가했다. 특히 주택시장의 침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건설업의 체불 비중이 전년(21.7%) 대비 2.1% 증가해 23.9%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에선 법안 발의 등 입법적 지원 방안을 모색 중이다. 2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상습 임금체불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체불액의 3~5배 배상)를 도입하고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죄)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일례로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작년 7월 대표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체불임금 등에 대한 지급청구권’ 조항을 신설하고 있다. 그를 통해 사업주가 2년 중 3개월 이상 임금을 체불한 경우, 근로자로 하여금 체불임금의 3배 이내의 금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한 것이다.

현행법은 사업주가 임금 등을 체불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보다 강화한 것이다. 또, 현 법률 체계에서는 임금체불 행위에 대해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해 피해자인 근로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도 2개월 앞선 재작년 5월 비슷한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류 의원안의 경우 체불액의 3배 이내의 금액을 근로자가 추가로 청구할 수 있도록 했지만, 사업주가 임금을 지급하기 위해 노력을 한 경우는 제외했다.

또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와 다르게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내용의 동법 제102조 제2항 삭제해 반의사불벌죄 적용을 무효화했다.

하지만 이들 법안 모두 2년 넘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하면서 정체된 상황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추석 연휴를 앞둔 4일 서울 중구에 있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체불임금 대책 마련 현장간담회’를 개최하고 관련 대책 법안을 마련해 조속히 통과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자리에서 당 노동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임이자 의원은 미지급 임금에 대한 지연 이자를 부과하고, 고의적·반복적인 임금 체불 사업주는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 지원 사업에서 배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소개한 바 있다. 그러면서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이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정환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도 “먼저 건설업 등 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선제적 체불 예방 및 청산 활동을 전개하고자 한다”면서 “전국 500여개의 건설 현장을 직접 방문해 기성금을 적기에 조기집행하도록 하고 불법 하도급에 따른 임금체불 발생 여부도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의 이러한 노력에도 사후 구제보단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매년 꾸준히 나온다. 노동계에선 임금체불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려면 상습 임금체불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반의사불벌죄 폐지 등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 중이다.

다만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팽팽하다. 운영 중인 기존 제도가 실효성을 잃을 수 있고, 법리상으로도 적절치 못하단 지적이 나온다.

최선영 환노위 전문위원은 류 의원안에 대한 검토보고에서 “현재 임금체불 사건이 접수되는 경우 근로감독관은 우선적으로 체불이 청산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면서 “개정안에 따라 청구 절차가 신설되는 경우, 기존에 근로감독관에 의한 청산 지도로 해결이 가능한 사건도 추가 배상을 청구하는 사례가 발생해 사건 처리가 지연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근로감독관에 의해 청산이 합의된 사건도 근로자가 추가 금액을 청구할 수 있다는 가능성 등으로 인해 근로감독관의 청산 지도의 실효성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 전문위원은 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민법상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사항이다. 그렇기 때문에 근로계약상의 의무불이행인 채무불이행에 대해 손해배상을 규정하는 것은 법리상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고 의견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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