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A의 투자코치]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에 주목해라

입력 2009-04-22 08:25 수정 2009-04-2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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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예탁금 시가총액 대비 3~4% 수준까지 증가 예상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올해 증시 수급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 두 가지는 외국인 장세가 거의 5년여 만에 다시 등장했다는 것, 그리고 간접투자가 다시 직접 투자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약세장에서 유입되는 직접 투자자금을 흔히 스마트 머니(smart money)로 지칭하곤 한다. 이번에도 고객예탁금이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 어김없이 스마트 머니 유입됐다는 표현이 등장한 바 있다.

그렇다면 연초 이후 증시로 유입된 고객 예탁금이 과연 스마트 머니이고, 이를 반겨도 되는 것일까?

우선, 스마트 머니라는 것은 사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머니가 들어오고 나서 시장이 오르면 그 자금이 스마트 해지는 것이고, 머니가 들어왔는데도 시장이 오르지 않으면 그냥 foolish money일 뿐이다. 어디까지나 사후적으로 증명되는 현상이라는 의미다.

증시가 1300선에 올라선 지금 시점에서 이 같은 잣대로 판단하자면 연초 이후 들어왔던 자금은 스마트 머니에 가깝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성난 투자자금(Angry money)에 좀 더 가깝지 않나 한다.

기존의 주식형이나 혼합형 펀드에서 이탈한 자금이 증시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탁금과 펀드의 증감 내역이 서로 반대 모양을 하고 있는 것에서 이 같은 추론이 가능하다.

물론, 지난해 하반기 이후에는 고객예탁금 이외에도 MMF나 은행 수신, 채권형 펀드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다소 공격적 성향의 주식형·혼합형펀드 자금들이 위험 선호도가 극히 낮은 성격의 금융상품으로 몰려 들었을 개연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위험 선호도와 상품별 증감 내역, 그리고 무엇보다 그 동안 펀드시장의 부진 등을 감안할 때 주식 관련 펀드자금이 간접투자시장에서 등을 돌린 이후 직접투자시장으로 향하고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여기에 지난 해 연말부터 중소형주의 강세 현상을 목도했던 풍부한 유동성의 가세도 한 몫 거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고객예탁금은 어느 수준까지 증가할 수 있을까?

지난 2001년과 2003년 고객예탁금은 KOSPI 시가총액 대비 5% 수준까지 상승했던 사례가 있다. 이 수준까지 예탁금 증가가 이어진다고 가정할 경우 단순 계산상 고객예탁금은 5조원에서 최대 15조원까지도 증가 가능하다.

단, 고객예탁금이 시가총액 대비 5% 이상 수준으로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5% 이상 수준으로 예탁금이 증가한다는 것은 간접투자시장의 완전한 실패를 가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간접투자시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한 이전 수준으로 회귀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극단적인 가정이다. 최근 풍부한 시중 유동성이나 펀드시장에서 이탈하는 자금 등을 고려할 때 고객예탁금이 시가총액 대비 3~4% 수준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보는 정도는 타당할 수 있다.

그렇다면 최근 고객예탁금의 가파른 증가현상을 반겨도 되는 것일까?

언뜻 보기에는 제로섬(Zero-sum) 형태의 증시자금 이동이 시장에는 별반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주식형펀드 자금의 감소 및 예탁금 증가 현상'은 중소형주의 머니게임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그나마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오히려 부정적인 파장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처럼 주식관련 펀드 자금이 감소할 경우 이는 국내 기관의 시장 대응력 약화로 직결된다. 이달 들어 국내 투신권이 단 3거래일만 순매수 할 수 있어던 것도 최근의 펀드 환매를 반영하는 현상이다.

또 대형주의 시세 응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 역시 부정적인 측면으로 언급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직접투자의 확산 현상이나 직접투자가 가져올 수 있는 부정적인 반향은 앞으로 서서히 제어될 것으로 본다.

이번 주 후반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가 그 분기점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는데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가 대형주 중심의 증시 환경을 조성하고, 증시 자금이 간접투자 시장으로 다시 U턴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외 1분기 기업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속속 상회하면서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과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up-trend일 경우 실제 실적은 예상치를 상회하고, 반면 down-trend에서는 실적이 예상을 하회하는 현상이 발견된다.

거의 예외가 없을 정도로 규칙에 가까운 현상이 되어버렸는데 이 같은 과거 흐름으로 보자면 현재 3000억원대의 적자로 예상되는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를 저점으로 오는 3~4분기 중 1조원대를 회복하면서 up-trend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만일 삼성전자의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을 경우 긍정적인 주가 반응은 삼성전자라는 개별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금융시장의 수급 구도를 어루만지고 시장 전체를 견인하는 '거래소 대표주'의 역할에 충실할 경우 증시 전반의 레벨업도 충분히 기대해 볼만 하다.

주가 반응이 시원치 않을 가능성이 걱정되는데 어닝 서프라이즈 가능성이 그 동안의 주가 상승에 반영됐을 경우나 단기적인 과열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을 경우다. 어제 뉴욕증시에서 BOA의 실적에 대한 시장 반응이 강하지 못했던 것은 그러한 맥락이다. 또 LG전자의 실적 발표에서도 그러한 조짐은 어느 정도 내비쳐졌다.

하지만 그 동안의 주가 상승을 정당화하거나 과열 부담을 해소할 만한 펀더멘털 개선은 이미 뒤따르고 있다. 전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한국증시의 이익 상향이 가장 가파른 편이다.

조정비율뿐 아니라 증가율 측면에서도 한국증시가 가장 가파른 편에 속한다. 시장이 기간조정에서 시간을 벌 경우 그 만큼 상승 모드가 다시 가동될 채비는 이미 되고 있는 셈이다. 급한 가격조정의 가능성을 낮추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시장이 얼마나 빠질 것인가를 따지는 것은 그리 생산적이지 못한 것 같다. 양호한 투자심리나 주요 종목의 흐름, 1분기 기업실적 등 지금 시장을 지지할 요인은 대기중이고 강한 조정이 나타나기 어렵다는 점 역시 이미 수 차례 입증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상징적인 저항선을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를 살펴보는 것이 훨씬 의미가 있는 일이다.

코스피는 지난 주부터 계속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지금 시장은 공교롭게도 지난해 9월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발생한 하락 갭의 바로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고 이로 인해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던 상징적인 가격대에서 주가가 주춤하고 있는 것인데 어제 은행 부실 우려가 뉴욕증시를 끌어내린 것에서 보듯이 시장은 아직도 금융위기의 언저리에 있다.

시장이 금융위기의 상징선을 넘어서려면 그에 합당하는 상징적인 이벤트가 있어야 한다. 금융위기의 치유책 가운데 하나인 다음 달 초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그러한 시도가 전개되는 시나리오가 우선 연상된다. 좀 더 빠를 경우에는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로 그 시도가 나타날 수도 있겠다. 어느 때보다 '거래소 대표주'의 역할이 중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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