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리는 공정지도] "신뢰 쌓여야 공정 따질 필요 없는 사회 된다"

입력 2021-08-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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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1-08-25 19:3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장덕진 서울대학교 교수

▲장덕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장덕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무엇이 공정인가’를 정의하기란 시대정신과 가치관에 따라 변하는 데다 저마다 처해 있는 처지에 따라 달리 해석하고 있어 쉽지 않다. 누군가는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를, 누군가는 능력주의를 공정이라 말한다. 기득권층에 대한 혜택 배제를 공정이라 정의하는 이도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정치·정부·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가 하락할수록 저마다의 이해관계에 따라 공정을 둘러싼 갈등도 격화한다. 따라서 ‘공정한 룰’에 대한 합의도 어렵다.

전문가들은 ‘일반화·보편화 가능한 룰’에 집착하기보단 공정의 전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룰을 관리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투데이는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인 정지우 작가와 김용태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사회 담론으로서 공정을 고민하는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와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을 인터뷰했다. 이를 통해 출발, 과정, 인식, 담론 차원에서 사회 공정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 살펴봤다.

“우리 사회에서 ‘공정’이 문제가 되는 건 사람들이 본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부모 찬스처럼 바꿀 수 없는 조건으로 결과가 달라지는 걸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장덕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인터뷰에서 최근 한국 사회의 공정 담론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공정 문제가 얽힌 일련의 사건들에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프레임이 더해지면서 사회적으로 공정에 대한 갈증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열풍도 공정에 대한 갈증의 표출로 볼 수 있다. 그는 “(가상자산 열풍은) 일종의 절망적인 투자”라며 “자산 형성의 기회를 많이 차단당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젊은 세대가 부동산을 통해 자산을 형성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 됐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의 ‘2020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연 소득 대비 주택구매가격 비율(PIR)은 수도권 기준 2006년 5.7배에서 지난해 8.0배로 상승했다. PIR은 연 소득을 1원도 지출하지 않고 모았다고 가정했을 때, 다른 표현으로 ‘숨만 쉬고 살았을 때’ 집을 장만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다.

그는 “코인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생각하는 젊은 세대들이 많다”면서도 “이는 착각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기존 시스템 아래에서는 계층 이동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해 리스크가 큰 것에 모험을 거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젠더 갈등도 유사한 맥락이다. 그는 “한국은 경제 수준보다 여성 경제활동참여율이 낮고, 남녀 임금 격차도 크다”며 “똑같이 일해도 여성에게 보수를 더 적게 주니 그럴 바에는 (일을) 안 한다고 생각하고, (이게 다시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장 교수는 “우리가 공정을 말하는 것은 신뢰가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계’의 공정성에 대해서는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다. 장기적으로 ‘우리가 같이 갈 것’이라는 신뢰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며 “믿음이 있으니 공정을 문제 삼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신뢰에 기반을 둬 한 번 양보하고 더 큰 신뢰가 쌓이는 과정을 반복해야 공정을 따질 필요가 없는 사회가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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