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모험자금 공급 임무는 뒷전, 혜택만 챙긴 증권사들

입력 2020-12-03 14:00 수정 2020-12-0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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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모험자본’이 화두였다.

금융당국이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육성하겠다며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가 일정 요건을 갖추면 신규 자금조달 수단인 발행어음 인가를 내준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도입 취지는 간단명료했다. 증권사들에 발행 어음이라는 사실상의 수신 기능을 부여하는 대신, 중소기업에 신용공여를 확대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금융당국의 초대형 IB의 핵심업무인 발행 어음 인가 속도는 더뎠고, 업계의 원성은 자자했다. 모험자본 공급은 하라면서, 당국이 정작 공급수단을 내주는데 소극적이라는 이유였다. 각종 잡음과 진통은 있었지만 어찌 됐든 당국은 2017년 말부터 매년 1곳씩 발행 어음 인가를 내줬다. 이에 현재 8개 종투사 중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총 3개 증권사가 발행 어음 사업을 하는 초대형 IB 지위를 얻게 됐다. 금융당국은 내친김에 한발 더 나아가 2018년에는 초대형 IB를 비롯한 종투사 자격을 갖춘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도 기존 100%에서 200%로 2배 늘려주는 규제 완화에도 나섰다. 모두 증권사의 모험자본 공급 역할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3년 지난 지금, 증권업계의 모험자본 공급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집계한 종투사 기업 신용공여 현황에 따르면 종투사로 지정된 8개 증권사의 순수 중소기업 신용공여 비중은 전체 기업 신용공여의 2%에 그쳤다. 종투사의 신용공여는 높은 이자 수익이 보장되는 개인투자자 대상 신용공여(전체의 58.6%)에 치우여 있고, 그나마 기업에 내준 신용공여의 상당 부분은 부동산에 관련된 영향이었다.

사실상 증권사들이 규제 완화와 함께 맡겨진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역할보다는 안정성과 이자수익만을 챙기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금융당국이 기업의 신용공여 확대를 강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를 강제할 경우 오히려 증권사들의 부실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다양한 유인 방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결국 증권사들이 화답해 자발적으로 모험자본 공급 확대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투자업계는 그간 각종 사건·사고때문에 투자자들의 신뢰가 크게 무너진 상태다. 규제 완화로 인한 혜택만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이 아닌 중소기업 성장의 밑거름을 제공하는 역할 확대로 시장과 산업 발전 기여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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