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권의 글로벌 시각] 미국 민주당 예비선거와 ‘사회주의’

입력 2020-03-12 18:15 수정 2020-03-1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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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주핀란드 대사

올해 11월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갈 민주당 후보를 선출하는 예비선거가 ‘슈퍼 화요일 Ⅱ’(3월 10일)를 지나면서 조 바이든 후보가 대세가 되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초반에 패색이 짙었던 바이든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흑인 투표자들로부터 몰표를 받고 중도를 지향하던 경쟁자들이 줄줄이 사퇴하면서 바이든 지지를 선언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바이든이 처음부터 강한 후보는 아니었다. 아이오와, 뉴햄프셔, 네바다 예선에서 내리 3위 이하로 밀리면서 패색이 짙었었다. 바이든이 회생의 전기를 마련한 사우스캐롤라이나와 그 후 예선이 치러진 주들의 여론조사를 보면 많은 바이든 지지 투표자들이 투표가 있기 며칠 전에 마음을 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반에 두각을 못 나타내다가 예선이 진행되면서 치고 올라간 후보의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대부분 잘 알려지지 않은 후보들이 그랬다. 바이든은 이번 후보들 가운데 누구보다도 잘 알려진 후보였다. 그런데도 많은 투표자들이 처음부터 그를 지지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예선에 참가하는 투표자들은 누가 트럼프 대통령을 이기는 데 적합한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왜 갑자기 네바다 경선 이후 패색이 짙던 바이든이 트럼프를 가장 잘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진다.

이번 예선에서 바이든은 흑인 투표자들로부터 몰표를 받고 있다. 특히 사우스캐롤라이나와 같이 흑인 투표자 비율이 높은 주에서는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흑인 투표가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민주당 내부 경선이기 때문이다. 본선에 가면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의 인종 구성을 보면 흑인은 11% 정도로 13%인 히스패닉보다도 적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은 하필 바이든의 아들 헌터가 우크라이나 에너지 회사의 사외이사로 일하면서 받았다는 특혜 시비가 그 시발점이다. 바이든에게는 언제라도 폭탄이 될 수 있다. 정책면에서도 그다지 새로운 것이 없다. 오바마 시대를 재현해보겠다 정도로 느껴진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바이든이 대선 후보가 되는 것에 부담을 느꼈었다. 그래서 갑작스런 바이든 돌풍의 진원지가 민주당 주류의 샌더스에 대한 공포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민주당 경선 후보들의 장점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압도적인 강세를 보인다. 국민 통합, 국가위기관리 능력 면에서도 샌더스에 앞선다. 반면 샌더스는 건강보험, 기후변화, 교육문제 등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샌더스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가 자신들의 입장을 가장 잘 이해해주는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30대 이하 젊은 층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것도 그런 성품과 관련 있어 보인다. 민주당 주류는 샌더스가 내세운 정책들이 너무 좌파적이고 위험하다고 하지만 미국의 미래 세대들은 샌더스가 부르짖는 전 국민 의료보험(care for all), 대학 학비 무료 등에 열광하고 있다.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라는 말이 있다. 1830년대에 나온 말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미국은 구세계(유럽)에서 통용되는 법칙들이 적용되지 않는 특별한 곳이라는 말일 것이다. 그 특별함의 비결은 자유, 모두에게 열려 있는 기회 같은 것일 게다. 정치에는 의례 좌우가 있으나 유독 미국에서는 ‘좌’가 약한 것도 이 예외주의와 관련 있어 보인다. 모두에게 기회가 열려 있다. 누구든지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되고 꿈을 이룰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정부에 손을 내밀거나 기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았다.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 지금 미국의 젊은이들은 비싼 학비를 내야 하고 많은 사람들이 의료보험 체계 밖에 버려져 있는 현실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주류는 샌더스를 과격한 사회주의자라고 하지만 미국과 1인당 국민소득이 비슷한 나라들은 샌더스가 주장하고 있는 것들을 이미 하고 있다. 이제 아메리칸 드림 같은 것은 없고 미국 예외주의도 종말을 고했다면 미국에서도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일들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래서 이번 경선에서 나타난 샌더스 현상은 일회성이나 우연이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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