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직을 확보하려던 독일의 우선순위가 EU집행위원장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전날 독일 언론 한델스블라트는 메르켈 총리가 그동안 독일인이 한 번도 오른 적이 없는 차기 ECB 총재직을 목표로 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EU 개혁과 에너지 정책,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역할을 발휘할 수 있는 EU집행위원장을 조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델스블라트는 메르켈 총리가 페터 알트마이어 경제장관을 장 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의 후임에 오를 후보로 지명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국방장관과 유럽의회 내 유럽국민당(EPP) 계열 대표인 만프레드 베버 의원도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 정부는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FT는 독일의 입장 변화가 EU집행위원장의 중요성을 반영한다면서 EU집행위는 정치권의 의제를 형성할 수 있으며 위원장은 다른 국제 지도자들과의 회의에서 대표자로 활동한다고 설명했다.
익명의 독일 정부 당국자들도 ECB를 운영하는 것보다 집행위가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들은 “유럽의 미래는 통화정책을 통해 결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EU의 경쟁력을 향상하고 무역 정책을 수립하며 유럽이 어떤 기술을 보유할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누구냐”고 덧붙였다.
독일의 전략 변화는 EU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일어났다. EU는 내년 가을까지 ECB 총재와 EU집행위원장, 유럽이사회 의장을 새로 정한다.
독일은 유로존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경제 대국이지만 그동안 EU 주요직과 거리를 유지해왔다. 독일이 EU집행위원장을 차지하면 EU 내 힘의 균형이 무너질 것이라는 경계도 강하다. 차기 EU집행위원장 자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독일인 위원장이 현실화될지는 불분명하나 메르켈 총리가 EU집행위원장을 양보하는 대신 ECB 총재를 획득할 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옌스 바이트만 독일 중앙은행 총재는 차기 ECB 총재로 언급되고 있으나 ‘매파’적인 성향 탓에 남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견제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