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퇴직준비교육, 그 반 박자의 아쉬움

입력 2018-03-2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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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영 사람과직업연구소 대표

“그게 참 이상해요. 그때는 왜 그렇게 내용이 안 들어오던지….”

1년 전 퇴직한 어느 정년 퇴직자의 말이다. 퇴직 준비 교육을 많이 다니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 교육을 했던 분들을 퇴직 후 다시 만나는 일도 가끔 있다. 그분들의 대표적인 넋두리가 위의 말이다.

사람은 참 재미있다. 얼마나 재미있는지 평생을 파고들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 이면엔 몹시도 씁쓸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어쩔 수 없는, 원초적인 숙명 같은 인간의 약점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그중 하나가 ‘정작 중요한 것들은 반 박자씩 늦게 안다’는 것이다.

1998년 나왔던 류시화 시인의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란 재미있는 제목의 잠언시집이 있다. 나는 그 제목을 보고 감탄을 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대중성을 가진 화두가 아니던가.

퇴직 교육을 하다 보면 잠언시집의 제목 같은 상황을 꽤 자주 만난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상담하고, 며칠씩 합숙 교육을 하며 사례를 들어도, ‘지금은 재직 중’이란 암묵적인 안전장치가 귀를 막는다. 불과 퇴직이 몇 달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조차, 정년까지 일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돈 걱정은 덜하니까’란 감각이 마음을 무디게 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준비 없는 퇴직을 한 후 ‘배웠다고’ 생각한 그 과정을 겪으며, ‘실은 자신이 별로 준비한 게 없음’을 깨닫게 된다. “아, 그때 좀 더 잘 듣고 준비해 둘걸”이란 말은 그리 드문 넋두리가 아니다.

시간이 필요한 것일 게다. 정년이란 시간은 무려 30여 년 이상을 다녀야 이뤄지는 직장인의 공든 탑 아닌가. 정작 정년의 순간은 싫지만, 많은 이들이 그 시간을 채우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한다.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고민들, 당장은 필요없는 한눈팔기 등은 조금씩 사라져 간다.

가장 철저하게 그 조직에 특화된 이들만이 정년이란 과실을 딸 수 있다. 당연히 벗어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미 몸에 철저하게 달라붙은 조직의 관성을 털어내기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반 박자’는 그래서 더 중요하다. 누군가 준비한 그 반 박자의 시간은 그만큼 다른 이들을 앞서 가게 만든다.

사람들의 인생은 직업생활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사회적인 차이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퇴직 후 세상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차이가 만들어진다. 후반부의 차이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얼마나 더 빨리 과거의 익숙함과 결별할 수 있느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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