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달쏭思] 매경한고발청향(梅經寒苦發淸香) 3

입력 2017-11-20 10:35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며칠 전 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습근평 주석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인용한 “매화는 추위의 고통을 겪어야만 맑은 향기를 풍긴다”는 뜻의 한문 구절 ‘매경한고발청향(梅經寒苦發淸香)’에 대한 얘기를 했다. 오늘도 그 이야기를 좀 더 하고자 한다.

회담 현장을 보지 못한 필자는 당시 분위기가 어땠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 그러나 마치 현장에서 본 듯이 눈에 그려지는 풍경은 있다. 문 대통령이 습근평 주석을 향해 친밀한 표정과 어투로 “습 주석님! ‘매경한고(梅經寒苦)’, 즉 ‘매화는 추위의 고통을 겪어야만 맑은 향기를 풍긴다’는 말이 있지요?”라면서 그윽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면 이미 이 대목에서 문 대통령은 회담의 기선을 잡았다.

왜냐하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상식을 시로 표현한 ‘매화는 추위의 고통을 겪어야만 맑은 향기를 풍긴다’는 말에 대해 습 주석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No!”라고 부정할 수는 없을 터이고, 그 말을 부정하지 못한다면 그 말 안에 은유로 자리한 사드 문제로 인하여 추위의 고통을 겪은 한·중 관계를 이제는 맑은 향기를 풍기는 단계로 전환시켜 보자는 문 대통령의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시를 인용한 상대의 속셈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간파했지만 이미 상황은 “그래, 맞아요”라는 답을 할 수밖에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이 대목에서 더 이상 사드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미 한·중 관계는 개선의 방향으로 접어들었다.

외교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 외교는 회담의 첫 인사말로 날씨가 좋다느니 비가 온다느니 하는 등의 ‘날씨 타령’ 외에 달리 사용한 말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논어’에는 “외국에 가서 순전히 자신의 지혜만으로 외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시를 공부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이 있다. 외교에서 시는 이처럼 중요한 작용을 한다. 외교는 정책에 앞서 인문학적 정감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생일 축하해” 루이바오·후이바오의 판생 1년 [해시태그]
  • 축구협회,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홍명보 감독 내정
  • 검찰, ‘경기도 법카 유용 의혹’ 이재명 부부에 소환 통보
  • 꺾이지 않는 가계 빚, 7월 나흘새 2.2조 '껑충'
  • '별들의 잔치' KBO 올스타전 장식한 대기록…오승환ㆍ김현수ㆍ최형우 '반짝'
  • “나의 계절이 왔다” 연고점 새로 쓰는 코스피, 서머랠리 물 만난다
  • ‘여기 카페야, 퍼퓸숍이야”... MZ 인기 ‘산타마리아노벨라’ 협업 카페 [가보니]
  • 시총 14.8조 증발 네카오…‘코스피 훈풍’에도 회복 먼 길
  • 오늘의 상승종목

  • 07.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1,356,000
    • -1.32%
    • 이더리움
    • 4,260,000
    • -1.98%
    • 비트코인 캐시
    • 459,000
    • -5.38%
    • 리플
    • 615
    • -3%
    • 솔라나
    • 197,400
    • -2.71%
    • 에이다
    • 513
    • -2.29%
    • 이오스
    • 726
    • -2.02%
    • 트론
    • 181
    • -2.16%
    • 스텔라루멘
    • 125
    • -2.34%
    • 비트코인에스브이
    • 51,100
    • -4.04%
    • 체인링크
    • 18,090
    • -2.06%
    • 샌드박스
    • 423
    • -2.0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