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감성 천재

입력 2017-10-3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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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조금 떨어진 공원으로 산책하러 가고자 아들들을 차에 태웠다. 출발하고 조금 지나지 않아 뒷좌석에서 흑흑흑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갓길에 차를 세우고 무슨 일인지 물었더니, “모르겠어요. 그냥 여기(가슴)가 이상해요. 그리고 눈물이 나와요.” “준아, 혹시 노랫소리가 아프게 했니?” “음…. 맞아요! 노래가 나쁜 충치 벌레 같아요.”

신이시여! 필자가 감성 천재를 낳았습니다! 이 천재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너였다면 어떨 것 같아, 이런 미친 날들이 네 하루가 되면 말이야.’로 이어지는 이별의 슬픔을 노래한 신곡이 큰아들의 감성을 건드린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신곡은 아니다. 요즘 신곡은 수명이 짧다. 1, 2주만 지나면 벌써 예전 노래가 된다. 봄만 되면 향기가 나듯 떠오르는 노래처럼, 여름만 되면 바다로 뛰어들게 만드는 노래가 없다. 가을만 되면 떠오르는 쓸쓸한 노래처럼, 추운 겨울에 듣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노래를 찾기 어렵다. 멜로디만 들어도, 가사만 보아도 그때 그 시절이 떠오를 만한, 그러니까 음악과 추억이 함께하는 노래가 부족한 것 같아 마냥 아쉽다.

멋있고 예쁜 아이돌 가수가 나와 신나고 즐거운 음악을 들려주는 것도 좋지만, 부드러운 멜로디나 아름다운 가사의 노래가 많이 만들어져서 냉정해진 사람들의 따뜻했던 감성을 자극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원에 도착하자마자 차에서 폴짝 뛰어내린 아들이 이번엔 킥킥킥 웃는다. 차에서는 여전히 이별의 슬픔을 노래한, 같은 가수의 다른 노래가 이어졌다. ‘이 바보야. 너 땜에 아프잖아’로 이어지는 노래인데, 같은 정서인데도 아까와는 전혀 다른 반응이다.

“킥킥킥. 바보한테 들려주는 건가 봐. ○○(유치원 친구 이름)에게 불러줘야지. 큭큭큭.”

신이시여! 착각을 했습니다. ‘감성 천재’가 아니라 ‘평범 그 자체’를 낳았군요. 그럼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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