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부족으로 허덕였던 박근혜 정부 시절 종교인 과세 법제화를 관철시켰던 한국당 의원 일부가 정부가 바뀌고 미온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셈이다.
종교인 과세 시기를 2020년으로 2년 미루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은 9일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대표 발의해 국회에 제출됐다. 종교인 과세법은 2015년 12월 어렵게 국회를 통과하면서 시행을 2년 유예해 2018년부터 적용키로 했는데 △과세당국과 종교계 간 충분한 협의 △철저한 사전준비 △충분한 홍보를 이유로 다시 2년 유예하자는 것이다. 종교인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하려는 청와대와 정부 방침에 반하는 법안이다.
김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맡았던 데다 민주당 기독신우회 회장이라는 점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지만, 이 법안의 공동발의자 28명 중 민주당 의원은 김 의원을 포함해 8명에 지나지 않는다. 대신 한국당 의원이 15명으로 절반 넘게 차지하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서도 각각 4명, 1명의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한국당 의원 15명 중 권성동, 박맹우, 안상수, 윤상현, 이우현, 이채익, 이헌승, 홍문종 등 의원 8명은 2015년 법안이 본회의 표결에 부쳐졌을 때 찬성표를 던졌다. 2015년 법안에 반대 투표했던 21명 중 한국당(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비박근혜계인 신상진 이재오 의원뿐이었다. 박근혜 정부에선 정부 방침에 따라 찬성표를 던지고는 정권이 바뀌자 종교인 눈치를 보며, 과세 유예’ 깃발을 든 여당 의원의 발의에 합류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발의에 참여한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2015년 당시 기권했고, 이개호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었다.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인 박주선 의원도 당시엔 기권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10일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이미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내부 논의를 거쳐서 과세 방안을 마련하는 등 준비가 안 된 게 아니다”면서 “종교인 소득과세 유예는 우리 사회의 조세 정의, 과세 공평성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