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800일

입력 2016-04-2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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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영길 사회경제부 기자

5년은 긴 시간이다. 2011년 4월에 가까운 주변이나 우리 사회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26일 오후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피해자들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 검사실을 찾았다. 이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고 있는 이철희 부장검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피해자들은 수사 상황에 관해 궁금한 점을 묻고, 면담을 나누다가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검찰 관계자는 “이 부장검사도 면담 마지막에 가서는 피해자들의 가슴 아픈 호소에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이날은 가장 큰 피해를 유발한 옥시레킷벤키저 전 대표 신현우씨가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날이기도 했다. 그 역시 “피해자 유족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2011년 4월 살균제를 사용한 피해자들이 폐질환으로 숨지는 일이 발생한 지 5년 만이다.

그동안 피해자들은 민간 차원에서 스스로 억울함을 호소해 왔다. 제조사는 물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거리로 나서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기 전까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제조사 측이 일부 피해자들에게 합의금을 지급하고 몇 건의 소송을 마무리한 정도였다.

제조사와 합의를 거부하고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인 피해자와 유족들은 25일 재판을 지켜보며 “그동안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들이 뒤늦게 보상에 나선 사실을 견디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법정에는 13살짜리 피해자가 휠체어와 산소통에 의지한 채 방청에 나서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을 제3자가 헤아리기는 쉽지 않다.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다 추스리기도 전에 싸움에 나서야 했던 외로움과 힘겨움을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지난 1800여일간 평범한 사람들이 겪은 불행에 우리 사회는 함께 공감하고 울어주지 못했다. 늦었지만, 미안함을 담아 그들의 눈물을 닦아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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