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설계사라는 직업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힘들었습니다. 일을 시작하자 단번에 인간관계가 정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만나기를 꺼려하고 심지어 제 전화도 받지 않는 지인들의 태도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래서 지인들보다는 개척에 주력했는데 신기하게도 나중에 그 지인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철원은 워낙 시골이다 보니 친구들이 대부분 타지에 있어 평소 친구들과 안부전화를 자주 주고받는 편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친구들이 전화를 안 받았습니다. BTC 교육 때 써내는 잠재 고객 리스트를 채우느라 몇몇 친구에게 연락을 했는데 작은 동네라 그 소문이 퍼졌나 봅니다. “경진이가 보험회사에 다니나 보더라.” 단지 이런 소문만으로 친구를 잃게 된 것입니다.
몇 년 후 한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부모님이 골절상을 입었어. 보험을 어디에 들었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청구하는지도 모르겠어. 내가 멀리 있으니 니가 가서 좀 도와줘”라고 부탁했습니다. 곧바로 친구 부모님 댁을 찾아가 보험을 살펴본 후 보험금 90만 원 정도를 찾아 드렸습니다.
이후 그 친구에게서 간간이 전화가 왔습니다. 지인들의 자동차보험을 소개해 줬고, 얼마 후에는 자기 보험증권도 봐 달라고 하기에 분석해 주고 건강보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친구는 과거 제게 했던 행동에 대해 미안하다고 사과하지 않았고, 저도 그때 왜 그랬냐고 묻지 않았습니다. 친구의 부모님께서 제 칭찬을 하실 때 친구가 멋쩍게 했던 이 말이 나름의 사과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내가 좀 늦었지? 진작 연락했어야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