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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승문(質勝文)은 문채가 없거나 부족한 상태로, 문장은 조야(粗野)하고 생동감이 떨어진다. 문승질(文勝質)은 내용이 공허하고 언사만 요란해 문장이 부화(浮華)할 뿐이다. 둘 다 좋은 문장이 아니다. 문장만이 아니라 인간 됨됨이에서도 사와 야를 함께 경계해야 한다. 추사 김정희가 ‘史野’라고 쓴 서예작품도 이런 뜻을 담고 있다.
공자의 문질빈빈론은 질문겸비(質文兼備)와 통한다. 공자는 “말에 꾸밈이 없으면 실행된다 해도 멀리 가지 못한다”[言之無文 行而不遠], “감정은 믿음직스럽고자 하고 언사는 교묘하고자 한다”[情欲信 辭欲巧] 등의 말도 했다. 문질빈빈론의 바탕이 되는 생각이다.
택당(澤堂) 이식(李植)은 계해년(1623) 8월의 경연일기(經筵日記)에서 인조가 ‘야(野)는 비략(鄙略)이다’라는 문질빈빈의 주석이 무슨 뜻이냐고 묻자 “비(鄙)는 비속하다는 말과 같습니다. 옛사람들은 아름다운 것을 도(都)라 하고 누추한 것을 비라 했습니다”라고 답했다고 썼다.
문질빈빈을 문질병환(文質炳煥)이라고 쓴 경우도 있다. 병환은 선명하고 화려하다는 뜻이니 문과 질이 함께 빛난다는 말이다. 이백의 시 고풍(古風) 59수 중 1에 문질상병환(文質相炳煥)이라는 구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