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통화전쟁에서 이기는 길

입력 2015-03-0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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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 전 고려대 총장

총성 없는 통화전쟁이 세계경제를 흔들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이 이달부터 내년 9월까지 1조1400억 유로의 자금을 푼다. 이것이 뇌관이 되어 각국이 통화완화 정책을 서두르고 있다. 유럽연합에 앞서 엔화 방출을 확대하기로 한 일본은 물론 중국, 인도, 덴마크, 스위스, 페루, 이집트, 호주, 싱가포르 등 세계 곳곳에서 양적완화나 금리인하의 포성이 들린다. 세계 각국이 통화전쟁을 불사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세계경제가 물가하락으로 투자와 소비가 동시에 위축되는 디플레이션의 함정 빠지고 있다. 일단 각국이 위기의 쓰나미는 피해야 한다는 판단하에 앞다퉈 통화 팽창에 나서고 있다. 둘째, 이웃 나라를 가난하게 만들어야 자신이 산다는 근린궁핍화(beggar thy neighbor) 경쟁이 치열하다. 어느 나라가 먼저 통화가치를 먼저 떨어뜨려 수출을 늘리는가가 승패를 좌우하는 싸움에 휘말려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돈을 풀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통화전쟁에 손을 놓고 있다. 현재의 기준금리가 실물경제를 제약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워 4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우리 경제는 어느 나라보다 큰 디플레이션과 근린궁핍화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8%에 머물렀다. 담뱃값 인상 효과를 제외하면 0.2% 수준이다. 지난 2년 동안 1%대를 유지하던 물가가 올 들어 0%대로 떨어진 것이다. 이렇게 되자 공급측면에서 기업의 생산과 투자가 위축되고 수요측면에서 소득과 소비가 감소하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여기에 중국과 일본이 선제적 통화완화 정책을 펴자 수출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일본과는 해외 수출시장에서 경쟁품목이 50%나 겹친다. 자칫하면 근린궁핍화의 희생양이 될 판이다. 한마디로 현 상황을 방치하면 우리 경제는 통화전쟁의 패전국으로 전락해 위기를 자초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금리인하의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원화가치가 떨어져 수출이 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수출은 이미 구조적 침체에 빠졌다. 중국 경제에 발목이 잡혀 조선, 전자, 철강, 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의 수출경쟁력이 사실상 추락한 상태다. 더욱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대출금리가 하락해 창업과 투자가 늘어야 한다. 그러나 기업의 창업과 투자는 마땅한 사업이 없어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문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최경환 경제팀이 들어선 후 한국은행은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이후 가계부채가 매월 7조원이나 증가하는 추세다. 증가분의 절반이 생활비, 사교육비 등의 악성 부채다.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11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가 연쇄부도 위기에 처할 경우 경제는 또 다른 금융대란에 휩싸인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이상 적극적 외환관리를 통해 환율불안을 최소화해야 한다. 외환보유액이 3600억 달러가 넘어 외환관리의 여력은 충분한 셈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이다. 세계 각국이 통화전쟁에 휘말릴 경우 이를 틈타 신산업 발전을 선점하면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을 앞지를 수 있다. 즉 연구개발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새로운 기술과 상품개발에 매진해 중국, 일본, 인도, 러시아 등 경쟁국가들보다 먼저 해외시장을 차지할 경우 우리 경제는 통화전쟁의 승자가 되어 선진 궤도에 오를 수 있다. 더욱이 이 같은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 구축은 금리정책의 부작용을 해소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기준금리를 낮추면 원화절하→수출증가→경제성장의 고리와 금리인하→투자증가→고용증가의 고리가 동시에 나타나는 이중의 선순환 체제를 형성해 경제가 강력한 성장력을 발휘한다. 자연히 고용과 소득이 늘어 가계부채도 감소한다. 이때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해외자본이 대거 유입돼 경제 살리기에 추가적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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