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엄마들이 아들 못 가게 말리는 제2롯데월드

입력 2014-12-1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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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호 경제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엄마, 오늘 새로 생긴 잠실 롯데(제2롯데월드) 간다.”

“너 죽으려고 환장했냐. 천장에서 흉기 팍팍 떨어지는데….”

“롯데가 아무 문제 없다는데 갔다 올게. 애들하고 약속도 했고….”

“거기 가면 엄마하고 연을 확 끊어버릴 거다.”

“크~ 알았어. 안 가, 안 가.”

이건 필자와 죽고 못 살만큼 친한 한 친구의 가족 사이에서 지난주 어느 토요일 아침에 오간 대화다. 도대체 제2롯데월드에서 어떤 일이 있었기에 이런 갈등을 이 화목한 가족에 담뿍 선사했을까. 그건 바로 하루가 멀다고 터져 나온 사고 때문이다.

사실 제2롯데월드란 곳에선 그놈의 사고라는 게 계속 터졌다. 필자 같은 ‘아둔 계열’ 인간에겐 그걸 일일이 반추하기도 어려운 일이지만 굳이 그놈의 기억세포를 되살려 보면 우선 최근엔 아쿠아리움 메인수조에서 물이 콸콸 샜다. 그리고 지난달 3일에는 천장 부분의 구조물에서 50cm가량 균열이 발견돼 시민들을 화들짝 놀라게 했다. 독자들의 머리에 가장 영롱하게 남아 있는 건 지난 10월 사고일 거다. 당시 협력업체 직원이 낙하물에 맞았다. 이 남성은 직원들에 의해 휠체어에 태워져 의무실로 옮겨졌는데 상황이 심상찮자 인근 병원으로 후송돼 이마를 꿰매는 수술을 받았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건물 중 하나인 제2롯데월드의 안전성을 두고 시민들의 ‘걱정지수’가 팍팍 치솟는 건 당연한 일. 하지만 롯데 측 해명은 언제나 똑같다. “안전하니까 걱정 붙들어 매라”는 소리다.

먼저 이번 수조 누수와 관련해선 “물이 조금씩 계속 새면서 틈이 크게 보였을 수는 있지만 실제로 틈이 벌어진 부분은 1∼2mm 정도”라며 “위험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달 3일 천장 구조물 균열에 대해선 “콘크리트가 아니라 철골을 감싸는 내화보드의 이음매 부분에 생긴 것이어서 건물의 안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낙하물 사고에 대해서도 역시 “구조적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탈착될 위험성이 있는 부품이 있는지 전수조사했고, 조만간 전부 용접 등을 해서 완전히 고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소위 전문가란 사람들을 몇 트럭은 갖고 있을 롯데 얘기고 이 판단을 부인할 특별한 전문성도 못 가진 필자니 이 해명을 오롯이 믿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그렇게 중요한 문제도 아닌데 천장에서 뭔지 모를 물건이 뚝 떨어져 사람이 다친다? 수조에서 물이 새 아래 석촌변전소가 절체절명의 누전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우리 같은 일개 시민들에게도 절대 이해 불능의 해명이다.

아울러 제2롯데 월드 사고와 관련해 직시해야 할 팩트가 있다. 바로 YTN이 제기한 사고 은폐설과 취재 방해설이다.

YTN에 따르면 제2롯데월드는 사전에 수조 균열 사실을 알고도 관람객 입장을 허용하고 비밀리에 보수공사 진행했다. 균열이 발생한 아쿠아리움 인근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고객들의 문의에는 “일주일 이상 환경개선 작업이 이뤄진다”고 말했단 소리. 그리고 YTN이 취재기자를 보내 방송하는 과정에서 회사 관계자로 보이는 남성들이 취재 카메라를 막으며 보도를 방해하는 모습이 그대로 방송됐다. 이런 사고 은폐설과 취재 방해설이 난무하는 와중에 롯데를 100% 믿으라? 이건 삼척동자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제2롯데월드 건물은 서울시의 가사용 승인에 따라 현재 일반인에게 공개되고 있지만 이번 사고로 시의 가사용 승인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도 관련 부처 합동 점검을 벌인 뒤 정밀안전진단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현재까지 무수히 사고가 발생한 걸 보면 외부기관의 정밀안전진단 결과가 나올 때까지도 계속 사고가 터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롯데가 선제적으로 사용을 일시 중단하고 모든 걸 점검한 뒤 100% 안전하다면 다시 공개해야 한다. 지금 이 건물을 사용해 얻는 이익과 사고로 생기는 인적, 물적 피해를 비교하면 이건 롯데가 전혀 손해 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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