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수출보증 선 무역보험공사, 수출업체 과실 관계없이 보험금 지급해야"

입력 2014-11-03 08:56 수정 2014-11-0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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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보험공사가 수출보증을 섰다면, 수출업체와 은행간의 채무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따지지 않고 보험사고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최근 '모뉴엘 사태'로 무역보험공사가 은행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주목되는 판결이다. 이번 판결로 무역보험공사는 우리은행에게 21억원의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재판장 전현정 부장판사)는 우리은행이 무역보험공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법원, '수출보증계약은 무조건적인 지급의무 지는 것'=무역보험공사는 2007년 '세광조선'의 선박발주 계약과 관련해 우리은행에 수출보증을 섰다. 이후 세광조선의 과실로 보험사고가 발생했지만, 보험공사는 "세광조선이 해외 계약분쟁에서 중재신청을 했더라면 손해가 없었텐데, 우리은행이 이를 요청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무역보험공사가 우리은행과 체결한 계약은 은행의 청구가 있기만 하면 무조건적인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이른바 '독립적 은행보증'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무역보험공사는 수출업자가 은행에 대한 관계에서 채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를 묻지 않고 보증서에 기재된 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이번 사건에서 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맺은 수출보증보험 계약은 업계에서 흔히 체결되는 계약형태였다"며 "개별적인 계약내용을 따져봐야 하지만, 모뉴엘 사태와 관련해서도 원칙적으로 이번 판결의 법리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향후 소송 쟁점은=하지만 무역보험공사가 법적으로 면책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무역보험공사가 면책될 수 있는 단서를 달았다. 재판부는 "은행이 보험금 청구를 하는 권리남용이라고 볼 수 있는 명백한 경우에는 무역보험공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무역보험공사가 먼저 적극적으로 보험금 면책을 주장하고 은행의 보험금 청구가 권리남용이라는 걸 입증하는 쉽지 않다"면서도 "검찰 수사를 통해 은행 직원이 모뉴엘의 허위수출 내용을 알고 있었다거나 적극적으로 가담한 정황 등이 드러난다면 이를 근거로 소송을 내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는 것을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7월에는 기업은행이 무역보험공사를 상대로 보험금 지급 소송을 냈지만, 공사 측이 환어음 추심 과정에서 발생한 은행 측 과실을 입증하면서 승소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달까지 모뉴엘 사태와 관련해 공사에 접수된 보험사고는 한 건도 없다. 아직 사고접수가 안된 상황에서 무역보험공사는 은행과 대립구도로 비쳐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이다. 공사 관계자는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보험금을 지급하고, 기업체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게 원칙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소송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공사가 은행을 상대로 법적 분쟁을 벌인다는 이미지를 주게 되면 그만큼 수출보증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결국 피해는 수출을 하는 중소기업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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