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해운사가 선대(보유 선박)를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할 경우 해운 선사의 총 수익이 30% 증가할 수 있다는 예측 결과가 나왔습니다.”
조아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공공투자분석연구실 전문연구원은 지난달 5일 부산 영도구 사무실에서 본지와 만나 ‘탈탄소 규제’에 따른 해운업계의 생존전략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주목할 만한 점은 ‘탄소배출권의 무상할당량이 폐지되는 경우’와 같이 환경 규제가 더욱 강화됐을 때”라며 “가장 엄격한 환경규제 상황을 가정했을 때 친환경 선박을 도입한 선사의 수익은 무려 800%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조 전문연구원이 언급한 연구는 유럽연합(EU) 권역 내 항만을 기항한 5000GT(기가톤) 초과 선박을 대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 선박과 선사 운영 데이터(재무제표·연간 계획서 등)를 넣어 모델링을 돌린 결과다.
그는 이 같은 수치가 나온 데 대해 “환경 규제가 심화된 상황에선 친환경 선박이 경쟁력 우위를 점할 수 있고, 그만큼 더 많은 물동량을 독점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론적 연구 모형이긴 하지만 해운업계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고 덧붙였다.
이는 반대로 탈탄소 규제에 정부와 선사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세계시장에서 빠르게 도태될 것이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조 전문연구원은 녹색해운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선점하는 게 관건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격변하는 글로벌 기후 규제에 기민하게 움직이고 게임의 규칙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재편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선도적으로 친환경 선박을 도입하고 연료 공급망, 벙커링 기술을 확보하는 등 ‘퍼스트무버’(first mover)가 되면 경쟁우위가 생겨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물량을 다 뺏어올 수 있는 것”이라며 “그만큼 수익도 급격히 증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국내 중소형 선사가 일명 ‘모범생’을 따라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선을 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본과 투자 여력이 있는 대형 선사들이 공격적인 투자로 시장의 선도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일례로 글로벌 2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Maersk)는 환경규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자본력을 바탕으로 퍼스트무버로서 대응 전략을 취하는 대표적인 해운선사다.
조 전문연구원은 “머스크는 친환경 선대 기술은 물론 ‘규제’까지 주도하고 있다. 압도적 기술력 차이를 바탕으로 국제해사기구(IMO)와 유럽연합(EU)에 규제를 더 강화하라고 압력을 넣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반면 아직 우리나라는 규제를 따라가는 데에만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친환경 선대 도입과 운영비용 절감을 위해 선사가 자구적으로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고 정부의 정책·재정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하는 이유”라고 진단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