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출 1년 새 8% 급증…3285억 ‘역대 최고’
조세-부동산‧건설-송무 고른 성장…‘맨파워↑’ 집중
강 대표 필두 세무소송 독보적 경쟁력
장애인 고용‧복지 등 사회적 책임 실천
로펌 유일 일자리 으뜸기업 선정되기도
“재무성장은 물론 행복한 일터 조성 최선”
“앞으로가 중요…‘질적 성장‧내실 경영’ 화두 제시
‘노동조사센터’ 비롯 新성장동력 전략 마련에 고심
‘가상자산수사대응TF’‧‘IRA-Chips Act센터’ 설치
법무법인(유한) 율촌의 성장비결이 화제다. 율촌은 2022년 연매출 3000억 원대에 처음 진입한 뒤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8% 급증하면서 3285억 원을 기록,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법률사무소 형태를 취하는 김앤장을 제외하고 광장과 태평양에 이어 세 번째다.
강석훈(사법연수원 19기) 총괄 대표변호사는 15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율촌 사무실에서 본지와 만나 “로펌계 매출 2위권 그룹으로서 위상을 견고히 했다”며 “25년이란 짧은 역사를 가진 율촌이 인수합병 없이 단기간에 최상위 로펌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라고 평가했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 프로젝트 기여도가 컸다. 한화그룹이 5개 계열사를 통해 약 2조 원에 달하는 대우조선(현 한화오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사들인 거래에서 율촌은 한화그룹을 자문했다.
아울러 유한양행이 독자 개발한 국내 신약이자 폐암 치료제 ‘렉라자’를 1차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받는 한편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1차 치료까지 확대하는 업무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폴란드와 이집트 원자력발전소 수주 관련 법률용역 역시 실적 견인차로 꼽힌다. 원전 생태계 전반에 대한 법률용역을 수행하는 장기 프로젝트로, 율촌이 원전 수출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
율촌은 매해 매출에 기복이 없다. 1997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매년 평균 8% 이상 꾸준히 성장해 왔다. 강 총괄 대표변호사는 율촌의 고속성장 배경에 대해 “내부 경쟁보다 협업에 무게를 맞춘 조직문화 덕분”이라며 “구성원들이 실력을 합쳐 도전을 성과로 만들어 냈다”고 자부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조세팀장(부장판사)을 끝으로 2007년 율촌에 합류한 강 총괄 대표는 조세쟁송팀장, 조세 부문 대표, 대표변호사를 거쳐 2021년부터 총괄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기업 세금소송은 율촌이 독보적인데, 그 중 1위는 강석훈 변호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세무 전문가다.
조세를 비롯해 부동산‧건설, 송무(訟務) 분야 성장세가 좋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송무 부분은 괄목할 만한 승소율로 율촌 역량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고 평했다.
최근 율촌은 송무 부문에 국가정보원 제2차장을 지낸 최윤수(연수원 22기) 변호사, 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 출신 최웅영(33기) 변호사, SK바이오팜 부사장을 역임한 채주엽(33기) 변호사와 위메이드‧론스타 사건 등에 참여한 국제중재 전문가 이은녕(33기) 변호사,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장검사 출신 최우영(33기) 변호사,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 부장검사 출신 나욱진(33기) 변호사, 부산지검 형사1부장검사 출신 강상묵(34기) 변호사 등을 영입했다.
강 총괄 대표는 “뛰어난 전문 인재를 다수 영입하며 맨 파워를 강화하고 신산업 등장으로 인한 법률서비스 환경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처했던 게 주효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율촌은 △노동조사센터 △가상자산범죄 수사대응 태스크포스(TF) △미국 반도체산업 지원법(Chips Act)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비하기 위해 세제, 환경에너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적재산 및 산업기술 보호 전문가가 원 팀으로 모인 ‘IRA-Chips Act 대응센터’ △토큰증권 TF △금융조사대응 TF 등 시장 트렌드와 고객 니즈를 파악해 다양한 센터와 TF를 출범한 상태다.
이날 강 총괄 대표는 율촌 신(新)성장 동력을 두고 고민이 많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챗GPT를 포함한 인공지능(AI)과 테크산업을 눈여겨 봐야한다”면서 “로펌 업계에는 여전히 AI를 기반으로 하는 리걸테크가 지속적인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율촌’으로 불리는 리걸테크 연구소를 2015년 세운 율촌은 이달 하순께 파트너 워크숍을 열어 민명기 로앤굿 대표이사 강연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고, 파트너 변호사들과 리걸테크 개발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누면서 공감대를 형성할 예정이다.
율촌 내부적으론 통합 법무정보 시스템을 도입해 업무 방식을 바꾸고자 한다. 일처리 프로세스를 개선한 새로운 통합시스템이 구축 중에 있으며, 앞으로 구성원들이 업무정보를 즉시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모든 데이터가 일관되게 처리돼 효율적인 업무처리가 가능할 전망이다.
강 총괄 대표는 “구성원 모두 각자 자리와 분야에서 의미를 찾고 성장하도록 전문성을 키우는 일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며 “율촌의 자랑스러운 전통인 ‘협업’과 ‘혁신’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사단법인 온율과 율촌 공익위원회는 법률가로서 공익 활동에 많은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온율과 율촌은 성년후견 제도, 발달장애인 생활지원 방안 연구, 공공후견 사업 등 정신적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위한 법률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장애인들에겐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신념 아래 장애인 고용과 복지 향상에 힘써 로펌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있다. 장애인 고용촉진 대회에서 장애인 고용에 앞장 선 공로를 인정받아 ‘장애인 일자리 제공 우수 로펌’ 대통령 표창 및 고용노동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또한 로펌으로는 유일하게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에 선정된 바 있다. 율촌 장애인 고용률은 3.85%로 장애인 의무 고용률 3.3%를 넘는다.
강 총괄 대표가 인터뷰 내내 강조한 키워드다. 그는 “율촌 구성원들 스스로 능력을 최대한 발전시키도록 돕는 데 대표로서 가장 힘을 쏟았다”며 “직원 만족이 곧 회사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이 그동안 멈추지 않고 성장하면서 깨달은 지론이다”라고 공개했다.
재무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임직원들이 ‘즐겁고 행복하다’고 느끼며 일할 수 있는 로펌을 만들자는 것이 강 대표 경영철학이다. 그는 “앞으로도 전 구성원이 자긍심을 갖고 행복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생각이다”라며 “그러다 보면 협업과 혁신을 동력 삼아 지속 성장을 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1963년 대구 출생 △1986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1987년 제29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19기) △1998년 미국 조지타운대학 로스쿨(LL.M.) 수료 △1990년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판사 △1992년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 △2002년 서울고등법원 판사 △2005년 대법원 재판연구관(부장판사) △2007년 법무법인(유한) 율촌 입사 △2007~2014년 법제처 법령해석심의위원 △2009~2011년 지방세협회 부회장 △2010년~ 현재 한국세법학회 부회장 △2021년~ 현재 법무법인(유한) 율촌 총괄 대표변호사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