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역사·문명의 보고 '가야고분군', 한국 16번째 세계유산 됐다

▲17일 경남 함안군 말이산 가야 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가야고분군'(Gaya Tumuli)의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 가야고분군은 고대 문명 가야를 상징하는 유적이자 1∼6세기 중엽에 걸쳐 영호남 지역에 존재했던 고분군 7곳을 묶은 연속유산이다. (연합뉴스)

한반도에 존재했던 고대 문명 가야를 대표하는 고분 유적 7곳을 묶은 ‘가야고분군(Gaya Tumuli)’이 한국에서 16번째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1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회의에서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했다. 위원회는 “주변국과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독특한 체계를 유지하며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가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가야는 기원 전후부터 562년까지 주로 낙동강 유역을 중심으로 번성한 작은 나라들의 총칭으로, 이들 나라로는 경남 김해에 있었던 금관가야를 비롯한 경북 고령 대가야, 함안 아라가야 등이 잘 알려져 있다.

가야고분군은 1~6세기 중엽에 걸쳐 영남과 호남 지역에 존재했던 고분군 7곳을 묶은 연속유산으로 고령 지산동 고분군, 김해 대성동 고분군, 함안 말이산 고분군,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고성 송학동 고분군, 합천 옥전 고분군, 전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으로 구성된다.

이들 고분군은 가야 역사와 문명을 보여주는 ‘타임캡슐’과도 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야는 삼국시대에 존속했음에도 삼국사기와 같은 옛 문헌에 기록이 많지 않고, 그마저 단편적이거나 일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구릉 능선을 따라, 혹은 나지막한 언덕에서 조성된 무덤에서 나온 각종 토기, 철기, 장신구 등 유물은 가야의 면면을 드러내는 보고(寶庫)와도 같다.

특히 ‘연맹’이라는 독특한 정치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주변의 중앙집권적 고대국가와 함께 존재했던 가야 문명을 실증하는 증거로서도 고분군의 역사적 가치는 크다.

▲문화재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17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가야고분군'(Gaya Tumuli)의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고 문화재청이 밝혔다. 사진은 세계유산 등재 여부 결정을 기다리는 가야고분군인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 (연합뉴스)

또 가야고분군은 오랜 준비 과정을 거쳐 세계유산에 오르게 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당초 김해와 함안 고분군, 고령 고분군 등은 각각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해 잠정목록에 올랐으나 문화재청이 2015년 이를 가야고분군으로 묶어 등재를 추진하기로 했고, 7곳의 유적을 선정한 바 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는 2013년 잠정목록에 오른 이후 10여 년 동안 민·관·학이 함께 마음을 모아 이뤄낸 쾌거”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세계유산위원회 측은 등재를 결정하면서 유산 보호를 위한 노력도 함께 당부했다. 회의 기간에 맞춰 사우디 현지를 찾은 최 청장은 이에 “세계에서 인정한 가야고분군의 가치를 지키고 널리 홍보해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세계유산으로 만들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가야고분군 등재로 한국이 보유한 세계유산이 16건으로 늘었다. 세계유산은 1972년 채택된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의 보호에 관한 협약’에 따라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되어야 할 뛰어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유산을 심사해 결정하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를 시작으로 문화유산 14건, 자연유산 2건을 세계유산 목록에 올렸다.

내년에는 울주 천전리 각석(刻石·글자나 무늬를 새긴 돌)과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포함한 ‘반구천의 암각화’가 심사를 받는다다. 등재 여부는 2025년에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