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식과 채권시장의 폭락으로 전 세계 국부펀드와 연기금의 운용자산이 역대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시장조사업체 글로벌SWF의 국부펀드 관련 보고서를 인용해 국부펀드의 운용자산이 지난해 11조5000억 달러에서 10조6000억 달러로, 연기금은 22조1000억 달러에서 20조8000억 달러로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총액으로 따지면 2조2000억 달러(약 2776조 원) 감소한 것이다.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해당 보고서는 455개 국영 투자자들의 현황을 조사한 보고서다.
글로벌SWF 측은 국부펀드와 공적 연기금의 운용자산이 급감한 것은 주요국 증시와 채권시장이 동시에 상당한 영향을 받아 10% 이상의 조정을 겪은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이미 오름세를 보였던 인플레이션율을 40년만의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들도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다만 글로벌SWF는 "이러한 운용자산 감소는 장부 손실로, 펀드는 장기 투자자들의 경우 실질 손실로 실현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우리가 사는 순간이 어떤지를 아주 잘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2023년에도 금융시장이 계속 하락한다면 국부펀드와 공적 연기금이 자본배분 요건을 충족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코끼리 쫓기'를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즉 돈이 되는 굵직한 기업 인수나 투자처에만 열을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지난 1년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아부다비투자청(ADIA) 등 걸프지역의 주요 국부펀드들은 막대한 오일머니를 서구 기업을 인수하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