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알리바바, 아시아 투자 지형 바꾼다

입력 2018-03-26 16:59 수정 2018-03-2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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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자본 무기로 중국 넘어 인도 등에서 영향력 과시…신생 기업 억압·독립성 침해 부작용도

중국 IT 양대 산맥인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아시아 투자 지형을 바꾸고 있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업들이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투자를 환영하는 동시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풍부한 자본과 장기적인 관점으로 자금 확보가 최대 관건인 스타트업들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이들은 중국 본토에서 벤처캐피털의 40~50%를 차지한다. 미국 주요 IT기업이 자국 시장에서 벤처캐피털의 5% 미만을 차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들은 기관투자자, 국부펀드, 사모펀드 등 전통적인 투자그룹을 밀어내고 스타트업 투자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IT 기업에 집중하고 있다. 두 기업 투자액 60% 이상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투입되며 산업별로는 절반 이상이 IT기업으로 향하고 있다. 높은 재정적 이익을 요구하고 기업공개(IPO)로 수익을 내려는 전통적인 투자자들과 달리 단기 성과에 급급하지도 않다. 이 때문에 혁신 IT기업들은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투자를 선호한다.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언제든지 막대한 금액을 투자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텐센트가 투자를 위해 별도로 떼어놓은 자금만 600억 달러(약 65조 원)에 이른다고 맥킨지는 전했다. 창업자들이 개인적으로 투자하는 경우도 많다.

중국 IT대기업의 자본은 중국 본토를 넘어 인도로도 뻗어 나갔다. 인도 기업들은 자국 내 자본 기반이 취약해 알리바바와 텐센트, 소프트뱅크 등 외국 자본에 의존한다. 요즘 인도의 선도적인 IT기업 대부분은 텐센트나 알리바바,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고 있다. 알리바바는 인도 전자결제 서비스 기업 페이티엠에 투자해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압도적인 자본력이 신생 기업들을 억압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은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면서 “그들이 자신의 힘을 제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스타트업들은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투자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모바일 결제 시스템 등 두 기업의 플랫폼을 이용하지 못하는 불이익이 있을까 두려움을 느낀다. 한 콘텐츠 회사 창업자는 “투자를 허용하지 않으면 텐센트의 모바일 결제 및 전자 메일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거나 위쳇에 접근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이에 독립성을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도 텐센트 투자를 받아들였다”고 토로했다.

FT는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시장 지배력이 너무나 강력해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거절하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중국 음악 스트리밍 업체 차이나뮤직은 자사보다 규모가 작은 텐센트의 스트리밍 사업과 합병했다. 저작권 라이센스 취득 경쟁에서 텐센트의 자본력을 이길 수 없어서다. 합병된 회사에는 텐센트의 이름이 붙었다.

신생 기업들이 두 기업의 경쟁에서 체스 말처럼 소비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소셜커머스 업체 메이퇀에 투자한 알리바바는 라이벌 텐센트가 투자한 뎬핑과 메이퇀이 합병하자 메이퇀 주식을 매도해 가치를 떨어뜨렸다.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 플랫폼 토코피디아 투자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국경을 넘어선 중국 자본의 영향력 확대는 외국 자본에 대한 보호주의적인 반발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FT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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