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40년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나올 것인가, 아니면 부동산 재벌 대통령이 나올 것인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일찍이 아웃사이더 돌풍으로 전례없는 이변을 연출했던 2016 미국 대선은 전 영부인이자 국무장관을 지낸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부동산 재벌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대결 구도로 굳어진 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끝에 드디어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선거는 8일(현지시간) 0시부터 인구 20명 미만의 뉴햄프셔 주 최북단 마을 딕스빌노치를 시작으로 미국 전역에서 치러진다. 연방 상원의원 100석 중 34석과 하원의원 전원, 주지사 선거도 동시에 실시된다.
당선자 윤곽은 8일 오후 9시경 주요 언론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통해 드러나며, 당선자 발표는 이르면 이튿날 오전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승자는 12월 19일 선거인단 투표를 거쳐 내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식에서 역사적인 주인공이 된다.
최근 나온 여론조사에서는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 격차가 박빙이어서 선거일을 닷새 앞둔 현시점에서도 한 치 앞을 장담할 수 없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두 자릿수로 클린턴이 우세했지만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을 재수사하겠다고 나서면서 음담패설 동영상과 성추행 파문, 연이은 TV토론 패배 등으로 패색이 짙었던 트럼프에 막판 반전 기회가 주어졌다.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가 1일 발표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와 클린턴의 지지율은 각각 46%, 45%로 트럼프가 5개월 만에 처음 클린턴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선거인단 예측상으로 보면 클린턴이 우세하다. ABC에 따르면 1일 기준 선거인단 수는 클린턴이 전체 선거인단 538명 가운데 279명, 트럼프가 180명을 각각 확보했다. 나머지 79명은 애리조나(11표)와 플로리다(29표), 노스캐롤라이나(15표), 오하이오(18표), 유타(6표) 등 5개 경합주(Swing State)인데, 이들 지역에서의 승패 여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2000년 제43대 대통령을 뽑을 때도 경합주가 의외의 반전을 연출, 거의 승리가 확실시됐던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막판에 고배를 마신 역사가 있다. 당시 대선에서는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 고어 후보가 끝까지 맞붙었는데, 결과는 경합주 중 가장 많은 선거인단이 걸린 플로리다를 제압한 부시의 승리로 돌아갔다.
미국 대선은 승자독식제로 각 주에서 1표라도 많이 얻은 후보가 그 주에 걸린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하게 된다. 아무리 미국 전체에서 득표 수가 많아도 선거인단 수에서 밀리면 지는 게임이다. 고어와 부시의 경우가 그랬다.
하지만 현재는 조사기관마다 예측이 달라 예단할 수는 없다. 정치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의 조사는 ABC·WP 조사 결과와 또 다르다. RCP에 따르면 1일 현재 클린턴이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선거인단 수는 259명으로 과반까지 11명 남았다. 반면 트럼프가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선거인단 수는 126명에서 164명으로 늘었다. 이대로라면 클린턴은 플로리다와 오하이오에서 패하더라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승리하면 선거인단 과반을 얻을 수 있다. 반면 트럼프는 다른 모든 경합주에서 이겨야 하는데, 다 이긴다 해도 259명에 그쳐 과반인 270명에는 못 미친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클린턴이 332명, 트럼프가 206명을 각각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클린턴의 발목을 잡는 건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다. FBI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결속을 강화하는 한편 클린턴 지지자들의 분열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FBI가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를 천명한 이후, 예측불허의 증거들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1일에는 이미 수사가 종결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 문제까지 FBI가 들춰내 클린턴 후보는 갈수록 수세에 몰리는 형국이다.
이는 현재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하 양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되찾으려는 민주당의 시도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 미주리 주 민주당 의장인 로이 템플은 “FBI의 결정 탓에 좌절감이 매우 크다”며 FBI의 재수사에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누가 이기든 미국의 앞날은 심각하다. 올 2월 1일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본격 막을 올린 2016 미국 대선은 트럼프의 막말과 음담패설 녹음파일 파문, 성추행 의혹,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쇼크로 인해 인신공격이 난무한 막장극으로 전락했다. 특히 트럼프는 선거 조작을 주장하며 ‘대선 불복’까지 시사하는 등 8일 이후 미국은 흩어진 민심의 구심점과 리더십에 대한 신뢰 회복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