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면 기관장이나 CEO들이 한 해의 다짐을 담은 신년 사자성어를 앞다투어 발표한다. 언제 그렇게 공부를 했나 싶게 다들 유식한데, 전혀 새로운 것은 사실 드물다. 장관들의 신년 사자성어는 몇 년 새 보기가 어렵다. 왜? 박근혜 대통령이 하지 않으니까. 대통령이 하지 않으면 장관들도 절대로 하지 않는다.
원숭이띠인 올해에 눈에 띄는 것은 곽범국...
은(殷)의 주(紂)왕을 무찌르고 새 왕조를 연 주(周) 무왕(武王)의 위력이 사방에 떨치자 서쪽에 있는 여족(旅族)이 오(獒)라는 진기한 개를 선물로 보내왔다. 신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왕은 몹시 기뻐하며 국정을 멀리한 채 소중히 길렀다. 그러자 아우 소공(召公)이 이렇게 충고했다. 서경 여오(旅獒)편에 나온다.
“아, 이른 새벽부터 밤늦도록 만에 하나라도...
“의심스러운 사람은 쓰지 말고 쓴 사람은 의심하지 말라.”[疑人勿使 使人勿疑] 사필(謝泌)이라는 사람의 말이라고 중국 송사(宋史)에 기록돼 있다. 使를 用으로 쓴 자료도 많다. 이 말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경영철학이었다고 한다.
서경 대우모(大禹謨)에서는 익(益)이 비슷한 말을 한다. 우와 익이 순임금에게 진언하는 대목이다. 익은 우임금이 선위(禪位)하려...
인간은 왜 배워야 아는 것일까. 살아가는 방법을 태어나면서 절로 아는 동물과 달리 인간은 예의도, 지식도 애써 배워야 살아갈 수 있다. 자식을 낳아 기르는 부모는 양육과 교육의 어려움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것이다.
‘중용(中庸)’에 성인(聖人)은 나면서부터 알고[生而知之], 대현(大賢)은 배워서 알고...
오늘은 음력 9월 9일 중양절(重陽節). 5월 5일 단오를 중오(重五)라고 하듯 9가 겹쳤다고 중구(重九)라고 부르는 날이다. 중국 한나라의 환경(桓景)이라는 사람이 비장방(費長房)에게 배울 때 “9월 9일에 재앙이 있을 텐데 붉은 주머니에 붉은 산수유 열매를 담아 팔뚝에 걸고 높은 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시면 재앙을 면할 것”이라고 해 그대로 했다. 이로부터 산에...
오늘부터는 사내 대장부의 기상에 대해 알아보자. 중국 속담에 “대장부는 천하를 제 집으로 삼는다”[大丈夫 四海爲家]는 말이 있다. 사해(四海)는 온 세상을 말한다. 중국인들은 중국이 세계의 한가운데이며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중국을 사해의 안[四海之內] 혹은 해내(海內)라고 불렀다.
사해위가는 원래 제업(帝業)의 광대함을 이르는...
‘예기’ 중 학기(學記)는 정말 좋은 글이다. 배우고 가르치는 도리를 설파한 14편의 글을 읽다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고대 교육기관에는 25가구마다 숙(塾)이라는 학당이 있었고, 500가구에 상(庠)이라는 학교가 있었으며, 1만2500가구에 서(序)가 있었다. 천자와 제후가 있는 도성에는 학(學)이라는 교육기관이 있었는데 매년 입학하여 격년마다 시험을 보았다....
서경에 호문즉유(好問則裕)라는 말이 있다. 묻기를 좋아하면 편안하고 넉넉해진다는 뜻이다. 왜 편안한가? 궁금증이 해소돼 마음에 미혹(迷惑)이 없기 때문이다.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야 한다.
특히, 궁금한 것을 묻되 자기보다 신분이 낮거나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한다. 이게 불치하문(不恥下問)이다. 출전은 논어 공야장(公冶長)편. 자공이...
술에 취해 살다가 꿈꾸듯이 죽는 게 취생몽사(醉生夢死)다. 송나라 때 주자학의 기틀을 잡은 정호(程灝)가 “높은 재주와 밝은 지혜가 있어도 견문이 고착되면 취생몽사하더라도 스스로 깨달을 수 없다”[雖高才明智 膠于見聞 醉生夢死 不自覺也]고 한 말에서 유래된 성어다. 줄여서 취몽(醉夢)이라고 한다.
취생몽사라면 이백(李白·701~762)을 먼저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TV화면이 먹방(먹는 방송), 쿡방(요리하는 방송)으로 넘쳐나고 있다. 이투데이 배국남 대중문화 전문기자에 의하면 “먹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욕구와 먹는 것을 통한 작은 사치, 급증하는 1인 가구의 식구의 정을 충족시키는 것 때문에 먹방과 쿡방은 2015년 상반기 두드러진 예능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시청자들은 입맛을 다시며 먹는 방송을 즐긴다. 그야말로...
슬갑도적(膝甲盜賊)은 문필도적(文筆盜賊)과 뜻이 같은 말이다. 이수광(李睟光·1563~1628)의 지봉유설(芝峯類說) 권십육(卷十六) 어언부(語言部) 해학(諧謔)에 이 말이 나오는데 도둑이 훔친 슬갑의 용도를 몰라 이마에 쓰고 다녔다는 데서 남의 글을 훔쳐다 잘못 쓰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 됐다. 그러니까 슬갑은 글 도둑과 무식이 합쳐진 말이다.
지봉유설의 글은 이렇게 돼...